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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그래도 극복해



삶의 기막힌 타이밍 중에 하나는 한 박자 늦는 깨달음이야. 그놈은 언제나 현재를 쫓는 과거에 머물러 지금의 꽁무니만 질질 쫓아 이대로라면, 눈 감는 그날도 아마, 아쿠, 이제야 알겠네 하게 될거야. 두 눈을 부릅뜬 끔찍한 모습으로 말이지.

사랑은 그래도 괜찮았잖아. 첫눈에 반해 이거, 사랑같아. 던져도 나름 로맨틱했고, 나 그만할래 하고 떠나면 곧 이별이 됐고, 다시 만나고 싶단 구애로 반나절 집 앞을 서성이면 그대로의 품속에 안길 수도 있었잖아. 사는게 사랑같음 얼마나 좋을까 말이야. 헌데, 사랑처럼 살았냐고 반문해보자구. 그렇게 목숨걸고 울고 웃어봤는지 그의 마음을 향해 돌진해 봤는지 그의 심장 박동을 느껴 보려고 귀조차 기울여 봤는지 말이야.

따뜻한 심장이 있다고 믿고 산거야 이제껏. 그거 하나면 모든 상황이 이롭게 되지 싶었어. 자만도 했을거고, 혼자만 진심이다 했을거야. 그런데... 사실 그런 거 따윈 내 안에 없다고들 하더라. 다들 보이지 않는다고 하네. 어라. 꺼내 보여줘야겠다 싶은데 자신이 없네. 내가 믿었던 나의 실체가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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