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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er/꿈꾸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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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 made today, 2025 호보니치 테쵸 다이어리 커버 2025년 다이어리 호보니치 테쵸.  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짧은 메모를 이어나갈 목적으로 선택했다. 눈 뜨자마자 10분을 내리 적는 일기장은 언제나처럼 몰스킨 XL 사이즈를 머리맡에 둔다.  나의 두 번째 브랜드 초록댄서 스튜디오 시그니처 원단으로 다이어리 커버를 만들었다. 천천한 속도로 한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면 더 소중하다. 물건의 가치를 품 들이는 시간에 따라 순위 매기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글씨를 쓸 때도 선크림을 바를 때도 밥 한 주걱을 뜰 때도 다이어리 커버를 만들 때도 천천한 속도를 명심하는 요즘이다.  천천히 공들인 시간을 들여 만들어진 결과물로 나란 세계가 이뤄지길 바라면서.      idus.com/greendancer_studio
바닷마을 다이어리, 여름 제주 바닷마을 다이어리, 라고 이름 붙이고 기다린 내내 설렜던 여름 여행. 집 앞바다가 아들들과 놀아주고 파도쳐주고 윤슬 반짝여준. 여행 내내 음식 내어주고 방문 열어준 법환동 섬마을 친구들의 바다만큼 큰 환대 속에서 오순도순 연결돼 살가운 챙김을 받은. 매일 어둠으로 소멸하는 밤 앞에서 ‘다시’ 오늘이야, 시작이야, 정신을 똑띠 차리고 맞이한 아침 대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흐르는 시간이 유연한 춤처럼 리듬이고 숨이었던. 이 경험은 오랜 기억이 될 거라고 알아챘다. 처음으로 감당할 수 없는 걸 감당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 너머의 무엇이든 흐르렴 하는 긍정의 마음이었다. 섬의 친구와 바다 바람 파도 비 그리고 아들의 닮고 싶은 동심이 용기가 되었다.
치앙마이 여행 중에 알게 된 여행의 이유 마음속에 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믿을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미운 날 사랑하는 일, 세상에 기여하는 일 내가 매일 반복하는 생각이 결국 나다. 이 사실을 알고 부터 두서없이 시끄럽게 떠드는 생각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끼어들곤 한다. 자, 다시 생각해보자. 오늘 여행은 작은 결정들이 번복되는 연속이었다. 여행지의 새벽을 특별히 좋아하는 내가 새벽 산책길에 카메라 배터리를 잊고 출발했으니 자책했다. 추가 체크인을 현금으로 결제했다가 와로롯 시장에서 쇼핑을 제대로 하느라 남은 일정 버틸 현금이 부족할 것이 우려돼 데스크로 가 체크인을 카드로 다시 하겠다고 사정했다. 두루 검토하고 내린 결정이 번복될 때 쉽게 자책하고 또 쉽게 깨닫는다. 그만..
다섯 살 아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 우리가 얻은 것들 2012년 5월 41개월 아들과 뱃속 8개월 아들 둘을 데리고 제주도로 향했다.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회사원 생활 중 처음으로 긴 휴식을 가지기 위해서라기보다 사이가 벌어진 큰 아들과 친해지고 싶어서였다. "4살이 되기 전에는 데리고 와야 해" 아이 낳고 한 달 만에 할머니 품에 안기고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할머니 댁이 전라도 광주니까, 매주 가던 게 격주가 되고 어떤 때는 한 달에 한 번이 되기도 했다. 갈 때마다 눈동자부터 발가락까지 전부를 동원해 환대해 주던 아들을 꼭 안던, 아니 어쩌면 내가 아들 품에 꼭 안긴 둘의 연결감이 생생하다. 당시 영화 마케터였던 나는, 워낭소리가 개봉 전 시사회 관객들의 눈물 바람을 일으킨 현장에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꼈고 아니나 다를까 100만 관객..
치앙마이 워케이션, 최선을 다하지 말 것 현재의 내 모습을 버려야만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 노자 치앙마이 워케이션 치앙마이 워케이션은 우연히 마일리지 티켓팅이 가능한 걸 확인한 순간, 아 그럼 내 사업 준비를 치앙마이에서 해볼까? 하는 찰나의 생각에서 시작됐다. 곧장 치앙마이에 7년째 거주 중인 지인에게 연락을 드렸다. 이러저러한 일을 도모하려는데 만나 주세요라고. 아 제가 다른 일정이 있는데 수요일 하루 시간이 나네요, 회신을 받고 짐을 챙겼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일정을 컨펌받고 계획을 보고하는 식의 지긋지긋한 회사스러운 일은 없다. 내 시간의 주인은 나고, 결과를 메이드 시키는 책임 역시 나에게 있을 뿐. 무한히 반복해도 모자란 퇴사 예찬. 최선을 다하지 말 것 치앙마이, 셋째 날. 유난하게 여행에도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이 두 ..
치앙마이 여행, 태도의 말들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태도의 말들 치앙마이에서 만난 그녀 치앙마이 Rimping Supermarket 맞은편 작은 마사지숍. 숙소에서 동네길을 걷다가 슈퍼에서 맥주캔을 하나 사서 나오는 길에 들렀다.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데다가 공간도 소박한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우리는 아무 소리 말이 통하지 않는 걸 단박에 알았지만 묘하게 통했다. 옷을 바꿔 입으라고 자리를 비워준 사이, 불을 끄고 오일을 챙겨서 내 곁으로 다시 오는 그녀의 움직임이 차분했고 손길은 따뜻했다. 그녀 손길이 내 뭉친 곳들을 힘주어 누를 때 터지는 윽 하는 신음 소리에 같이 웃었다. 내 몸의 단단한 곳과 연약한 곳을 금세 익혀 위치마다 손아귀 힘을 다르게 싣는 그녀를 감각하는 시간이 편안했다. 나의 노모가 떠..
아들 둘과 떠난 여행 아들 둘과 여행 떠나기 전, 이토록 다른 두 강아지들 데리고 여행 다녀왔다. 셋의 첫 여행이라 어떤 마음들인지 궁금해 재차 묻는데 루다는 기대돼 기대돼 수영장과 호텔방!이라고 감정과 구체적 요소까지 재잘거리는 반면에 한젤이는 기대 안되는데, 라며 시크하다. 그럼 왜 가는 거야? 포기하지 않고 질문하는 내게 어제 마트 같이 못 같으니까 (이번엔 같이 가주는 거야) 같은 묘한 뉘앙스의 말을 이어 주길래 고마웠다. 말수 적은 아들의 말소리가 고맙고 오락 가능한 기기도 스스로 내려 놓고 그저그럴 엄마와의 여행에 임하는 저 포용적이고 심플한 마음가짐이 더 고마웠다. 문득 이 뿌듯함은 뭐지 묻다가, 문득, 이토록 다른 두 녀석을 낳은 나는 세상에 뭐 이토록 멋진 일을 일으켰나 싶어서 깜짝 놀랐다. 얘네들을 내가 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