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raveler/꿈꾸는 그림

치앙마이 여행 중에 알게 된 여행의 이유

마음속에 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믿을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미운 날 사랑하는 일, 세상에 기여하는 일 


내가 매일 반복하는 생각이 결국 나다.

이 사실을 알고 부터 두서없이 시끄럽게 떠드는 생각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끼어들곤 한다.

자, 다시 생각해보자.

오늘 여행은 작은 결정들이 번복되는 연속이었다. 여행지의 새벽을 특별히 좋아하는 내가 새벽 산책길에 카메라 배터리를 잊고 출발했으니 자책했다. 추가 체크인을 현금으로 결제했다가 와로롯 시장에서 쇼핑을 제대로 하느라 남은 일정 버틸 현금이 부족할 것이 우려돼 데스크로 가 체크인을 카드로 다시 하겠다고 사정했다. 두루 검토하고 내린 결정이 번복될 때 쉽게 자책하고 또 쉽게 깨닫는다. 그만. 그만. 평생 동안 물리도록 반복한 이 과정이 그다지 유쾌하진 않지만, 나란 사람은 결국 나에게 이렇게 전하는 거 같더라.

 

이만하길 얼마나 다행이야, 얼마나 고마워, 얼마나 흥미로워!

나란 사람을 못났다고 내몰지 않고 실수에 의미를 담아 다시 생각하고 다시 결정하는 것. 궁극적으로 나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대하여 이해하고 배려하고 포용하는 것. 나를 사랑하하는 일이 남을 사랑하는 시작이라고, 세상에 기여하는 기본 중에 기본은 자신 스스로를 아끼고 돌보는 것이라고 새로 의미하게 됐다. 이곳, 여행지에서. 

 

여행의이유

여행, 다른 사람이 되는 미라클

 

기존의 생각이 단박에 정리되거나, 뒤흔들리는 경험이 여행 중에는 자연스럽다. 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믿었던 것에 균열을 내고 다시 바라보게 하는 힘. 확신의 말에 힘을 싣지 않고 여백을 두는 태도. 그렇게 나란 사람이 하나로 정의 내려지길 거부하는 행위가, 여행이 아닐까. 

 

치앙마이에서 유난하게 얕고 깊은 사색에 자주 잠겼다. 정확한 말로 설명할 순 없지만 도시 특유의 고요, 적요에 가까운 평화 때문이지 않을까. 아, 내가 머문 지역 특성이기도 하겠다. 아무튼, 날 뾰족하게 만드는 긴장이 없다는 것. 차를 조심할 일도, 소매치기를 살필 일도, 호갱이 되는 일도 없으니 나와 더 깊이 대화할 수 있었다. 

 

 

나는 나를 사랑하고 다른 나를 원한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만 다른 나를 원한다. 이 아이러니를 위해 여행을 떠나나 보다. 어디론가 떠나서 누군가를 만나고 그들의 배웅을 경험하면 다시 태어난 아기처럼, 새 생각을 가진다. 그렇게 다른 사람이 된다. 갇힌 생각, 그대로의 태도보다 늘 물이 흐르는 것처럼 새길로 떠나고 새로움을 마주치고 싶다. 그러니까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난 노란색을 좋아야." "난 따뜻한 국이 필요해." 같은 수많은 '원래의 나'를 잊기 위해 떠난다. 이 반복의 나로부터 떠나, 아무도 나에 대해 모르는 길을 나조차 나에 대해 모르는 채로 걷는다. 그럴 때의 해방감을 사랑한다. 두려움을 안고 도전하는 것들, 쉽게는 음식부터 낯선 타인에게 말을 거는 행위라든지, 경험한 적 없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다든지, 내가 조심하는 것과 즐기는 것을 새로 발견하는 것이 여행이다. 내가 지워진 상태에서 다른 내가 켜켜이 자라는 시간. 

 

치앙마이에서 도시와 나무와 사람들의 호의를 경험한 나는,

다시 떠날 채비를 한다. 

 

여행의이유

 

우리는 인생의 축소판인 여행을 통해, 환대와 신뢰의 순환을 거듭하여 경험함으로써, 우리 일류가 적대와 경쟁을 통해서만 번성해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이 그토록 아름답게 보였던 것과 그 푸른 구슬에서 시인이 바로 인류애를 떠올린 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승객인 우리 모두가 오랜 세월 서로에게 보여준 신뢰와 환대 덕분이었을 것이다.

여행의 이유 김영하

 

여행의이유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