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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기네스'와 <아임 낫 데어>를 만날 수 있는 곳



무작정 집을 나섰다. 이대로 올해의 마지막 일요일을 버리면 안되겠다 싶었다. 음… 어디로 가야하나.
 
우선 광화문 직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날씨처럼 가라앉은 마음에 소주 생각이 간절했지만 딱히 부를 사람도 부른다고 나와 줄 사람도 없었다.  포장마차에 갈까도 잠시 고민해봤지만 혼자는 싫었다.

<가장 보통의 존재>를 귀에 꽂고는 광화문으로 향하는 동안 특별한 곳 없을까 싶어 골똘해졌다. 혼자서도 제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능하면 술도 한 잔 하면서 외로움도 달랠 수 있는 그런 곳이 어디 없을까...
 
버스에서 내리자 문득 작년 말 개관했다는 스폰지 극장이 떠올랐다. 연달아 얼핏 스쳐 읽었던 "2008년을 빛낸 스폰지 영화들 앙코르 상영" 관련 뉴스도.


그렇게 뭔가에 이끌려 들어온 그 곳은 마치 자주 드나들던 카페처럼 익숙했다. 기특하게도 5시 50분에 도착했기에 6시 15분 <아임 낫 데어>를 바로 볼 수 있었다. 이미 OST를 수 차례 듣고 찌릿해 하던, 꼭 보고 싶었는데 놓쳤던 영화였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그 곳에 가면 왠지 내가 아끼는 영화가 이놈 저놈들한테 ‘소비’만 되는 것 같아 괜히 억울했는데 스폰지 광화문은 좀 달랐다. 배려 같은 게 있었다. 자신들의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에게 따뜻한 손 악수를 건네는 것만 같았다. 

‘여기에서 네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몸을 녹여. 사색하고 싶으면 얼마든 지 해. 책도 읽고 커피도 마셔. 맥주도 가져다 놨어. 영화 보면서 마신대도 상관 안 할게. 좀 더 머물다 가.’

환상적인 건, 하이네켄, 하이네켄 다크, 호가든, 기네스가 5000원에서 7000원 사이의 가격으로 판매된 다는사실. 물론 극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도 있다. 기네스 한 병을 손에 쥐고 극장에 들어섰다. 아무도 안 앉는 가장 앞자리로 갔다. 나는 언제나 극장의 가장 앞자리를 좋아한다. 다른 사람들의 뒤통수가 보이지 않는 앞자리에 앉으면 온전히 나와 영화만 존재하는 착각이 일어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귀한 발견이다. 좀 더 일찍 올걸 하는 아쉬움도 남지만, 지친 나를 달래주려고 이제야 도착했나 싶기도 하다. 덕분에 거무티티한 잔 감정들이 말끔히 사라졌다. 다시 새털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전진하면 된다.



TIP. 스폰지 광화문 에서는 1월 1일부터 <요사토모나라와의 여행>을 개봉하고, 1월 7일까지 홍상수 감독의 <밤과낮>, 오다기리조 주연의 <텐텐>, 장국연 주연의 <아비정전>, 밥 딜런을 그린 <아임 낫 데어> 등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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