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저
단 한번도...
동성애자의 그리움을 아쉬움을 이별을 그리고 사랑을...
오롯이 가슴으로 들여다 본 적 없었던 거다.
외우고 익히고 동정 했을 뿐이다.
때아닌 후회라 하기도 민망한, 그저 어떤 깨달음 같은 게 뒷머리를 퉁 쳤다.
영화 <올드 랭 사인> 이 나를 쳤다.
이런 나는 놀랍게도, 단 한번도 ‘동성애는 사랑이다’ 라는 걸 부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된 내 사랑과도 같은 ‘사랑법’ 이라고 믿었고
건방지게도 인정했고 또 존중한다, 고 착각했었다.
종묘 공원 한 켠에서 우연히 만난 두 노인이 모텔에 앉아 짜장면을 나눠먹는 장면에서조차
난 이들의 관계를 연인 이라거나 과거의 연인일거라는 일말의 예상도 하지 못했다.
나의 상상력이 지독하게 말라버린 모랫바닥일지 모르나
적어도 당신에게 단무지를 한 입 베어 물고 건네주는 장면에선 알아차려야 했다.
그리움에 절어버린 옛 사랑의 재회란 걸.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지난 사랑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던 사랑을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야 만나게 됐다는 걸.
이 안타까운 인연을 '사랑'으로 읽지 못한 건 왜일까…
그들과 나 사이에 어떤 차이도 두지 않았다면
이토록 애잔한 감정 정도는 읽어내지 않았을까.
어쩌면 나는 충동적이고 섹슈얼하다는 동성애의 잘못된 편견을
깊숙이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담 '존재하는 모든 사랑은 나의 그것과 같다' 는 전제를 두고서도
두(남자) 노인의 하룻밤이 가슴이 와 닿지 않은 건 당연하다.
숨어있던 '오른쪽' 내면과의 마주침이, 뭉툭하고 거친 감정이 부끄럽다.
그래도 뒤늦었지만 <올드 랭 사인>을 통해 소준문 감독의 얘기처럼
‘사랑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감정이라는 것’을 올바르게 바라보게 됐으니 또 한편 다행이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등 수십 여 곳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된
이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를 관람한 전 세계 관객들 중 누군가도
나와 비슷한 깨침을 얻지 않았을까.
겨우 26분짜리 단편 <올드 랭 사인>가 내 눈과 귀를 ‘리얼’로 숨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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