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부산국제영화제 강.력.추.천 다큐멘터리

하늘이 높고 푸르다. 상쾌한 바람이 코끝을 맴돌고 따뜻한 햇살이 그림자를 늘씬하게 뽑아낸다. 영화보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우리를 찾는다. 올해는 10월 2일부터 10일까지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에서 영화의 향연이 펼쳐진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회를 거듭할수록 그 규모가 거대해지고 있다. 그만큼 영화팬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동시에 실망의 목소리도 더해가는 것이 사실이지만, 언제나 설레고 기다려지는 국내 최대의 영화 '축제'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올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 하나 있는데, 바로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된 <워낭소리> 이다.

<워낭소리>는 평생동안 땅을 지키며 살아온 팔순의 농부와 이것저것 불만을 터트리면서도 한평생 함께해 온 할머니 그리고 그들 곁에서 묵묵히 30년을 지켜온 늙은 소 한마리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이다. 어떤 설명도 포장도 하지 않은 채 영화는 영어 제목 <Old Partner> 처럼 평생 밭일에 매달린 할아버지와 그를 그림자처럼 따르는 소의 우정을 담았다.

<워낭소리>는 <우리학교>의 고영재 PD가 프로듀서를 맡고, 이충렬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감독은 단지 고기가 되어버린 요즘의 소를 보면서 “소는 정말로 주인과 교감하는 것일까?” 라는 명제를 증명해보이고 싶었다고 한다.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소와 주인의 다양한 대화와 표정, 갈등까지도 보여주고자 했다. 

놀랍게도 영화는 감독의 의지대로 이 모든 것을 이뤄낸 듯하다. 서울 토박이인 나에게 영화 속 시골 풍경이 먼 이국의 그것처럼 아름다웠다. 이내 믿기 힘든 소와의 감정적 소통이 확인되자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이 밀려왔다. 이 영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더 많은 사람들이 보길 바란다. 곧 부산을 방문할 행운인들에게 <워낭소리>를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는 삶의 내리막길에서 빚어낸 어쩌면 이 시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소와 아버지의 아름다운 교감과 눈물겨운 헌신에 대한 또 다른 표상과 다름없다."

- 이충렬 감독



워낭소리 (Old Partner, 2008)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시간표: 10월 4일 17:00/ 10월 6일 20:30/ 10월 8일 10:30 (모두 해운대 메가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