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좋아하는 새벽에 눈이 떠졌다. am 4: 30. 취침 시간이 뒤로 밀리면서 아침에 일어나는 일이 허덕여지는 게 아팠는데 오늘은 눈을 뜬 순간부터 좋구나.
알람 소리로 아침을 맞는 게 싫어하는 일 중에 하나라는 걸, 어제, 1시간 가까이 10분 간격으로 울리는 알람을 아예 지울 때까지의 소란과 피로에 대해 떠올린다.
싫어하는 걸 잘 아는 사람, 이다.
싫은 것을 다른 의미로 되새김질해야 하구나, 생각한다. 무엇이 싫어서 무엇을 바란, “나는 000 하고 싶다, 나는 000 바란다” 같은 기도의 마음을 외고 적고 살핀지 긴 세월이 흘렀다. 숭고한 바람이 나쁠리 없다 믿고 산 세월인데 이제야 불충분한 갈망들이 무의식이 되도록 노력한 셈이지 않나, 묻게 된다.
"이대로 충분하고 매 순간이 성장이다."
“아무것도 낭비되지 않는다. 모든 것은 다음 순간을 위한 준비다.”
예산 있는 여행이 시작됐다. 지금은, 나의 가장 가난하고 가장 부자의 시절이다. 시간을 이끄는 자의 위엄을 경험한다. 내 시간의 주인이 돼 ‘이쪽으로 오세요’라고 태도하는 삶.
‘배움’의 다른 말은 ‘부족함’이지 않을까. 부족함의 인정과 부단한 노력의 성실함이 베프처럼 꼭 붙어 다니는 모습. 자주 자괴하다가 문득 깨달으면 생활에 녹여보는 일상이 반복된다. 괴로움 뒤에 기대와 희망이, 그 뒤에 다시 두려움이 고개를 쳐들면 용기가 너울너울 바통을 이어받아 등장했다 사라진다. 이 플로우를 알아챘으니, 등장하는 감정 등에 업혀 어딘지 모를 곳에 다다르길 멈추고 그저 흘려 보내본다. 희열도 슬픔도 내 것이 아니라고 믿어 본다. 감정의 낙차가 관찰되기 시작하면서 보이는 흥미로운 마음의 흐름들.
아, 예산 있는 여행 얘길 하고 있었다. 제주와 교토에서 이틀을 살았다. 교토의 새벽 공원 산책과 이자카야 그리고 카모가와 강가부터 이치조지 까지 자전거로 달린 기억, 제주의 바다 곁의 귤과 제주맥주, 해와 바람이 허락한 충분함, 생의 첫 파도에 맨 몸으로 몸을 뉜 공포의 짠맛 그리고 해방감을 기억한다.
서귀포 <괜찮은 부엌>에서 정갈하고 솜씨 좋은 식사를 대접받고 식당 이름이 참 겸손하네, 나라면 '최고의 식당', '짱짱 맛있는 식당'이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싶어서 머쓱해진.
먹는 일에 욕심을 내지 않고 쇼핑으로 숍을 들리지 않고 버젯을 한 단계 낮춰서 만족스러운 숙소를 발견하는 것으로, 오감이 더 충분하게 감각되는 여행이 가능한 걸 처음 경험했다.
여름의 새벽, 책상에 앉아 속 얘기를 툭 뱉는 나와 그 얘길 타이핑 하는 나를 환대하자, 마을의 닭이 유난히 씩씩한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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