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Scene/Shorts (7) 썸네일형 리스트형 죽음을 변주한 러브스토리 <백년해로외전> 짧은 영화로 긴 여운을 주려면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바로 참신함이다.(라고 생각한다.) 짧게는 3분에서 20분 내외의 단편영화가 장르든 이야기의 구성이든 코미디적 요소든 장편(상업) 영화의 고집(스타일)을 따르다 보면 쉽사리 식상해 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본 단편영화(라고 하기엔 조금 길지만) 은 무엇보다 감독의 연출력과 영리한 배우들이 빛을 낸 참신하고 재치 넘치는 작품이었다. 영화는 여자친구를 사고로 잃은 한 남자(이종필)의 그리움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변해 가는지를 천천히 따라간다. 반면 여자친구(김예리)는 죽은 사람이라 하기엔 너무 밝고 명쾌한 어조로 인생의 결정적 순간들을 마치 인터뷰에 응하듯 대답한다. 남은 자는 질질 짜지만 떠난 자는 쿨하다. 둘의 자세가 .. 죽기직전 그들 Just before They Died 캄캄한 밤. 흉측한 모습으로 뒤집어진 자동차 내에 두 남녀가 보인다. 안전벨트에 간신히 의지한 여자는 거꾸로 매달려 있고 제대로 앉아있는 남자는 예리한 어떤 것에 가슴팍이 찔렸다. 큰 소리로 살려달라 외치면 여자의 얼굴은 터져버릴 듯 피가 쏠리고 남자의 가슴팍에선 꾸덕꾸덕한 피가 콸콸 쏟아진다. 살고 죽는 경계에 선 둘. 여자: 너 나 좋아한다며. 남자: 누가 그래? 여자: 수정이가. 남자: 아닌데. 여자: 아니야? 그럼말고... 여자: 나중에...사람들이 왜 너랑나랑 같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겠다 ..... ...... 여자: 내가 너 좋아해. 죽기직전... 뜻밖의 고백. 순간, 남자는 있는 힘을 다해 두 다리로 자동차 문을 쾅, 내리 찬다. 커다란 쇠덩어리가 거짓말처럼 떨어져 나가고 남자는 여자를 꺼내.. PIFF2009. 퀵아저씨에서 게이커플까지 하늘이 뚫린 듯 비가 퍼붓던 날, 퀵 아저씨가 장판같이 두껍운 우비를 걸치고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땅이 꺼질듯 거친 한숨을 내뱉고는 그가 말했다. “오늘 또 한명 갔어. 젠장. 아 진짜 조심히 좀 다니라니까. ” 누군가 빗길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얘긴가 보다. 무슨 말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빗길인데 조심하세요.” 라고 겨우 소리 내었다. 단편영화 에는 길가에 서서 우유와 빵조각을 입 안에 쑤셔 넣는 걸로 끼니를 대신하고 급하게 다음 배달 장소로 떠나는 퀵 기사가 등장한다. 여기저기서 ‘빨리빨리’를 외치는데 하필 이때 오토바이가 멈춰 선다. 다른 방도가 없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죽을힘을 다해 달리다가 급한 대로 택시를 잡아탄다. 하지만 이미 늦을 대로 늦은 뒤. 이게 얼마나 중.. PIFF2009. 편안한 사이 Comfortable Distance 눈을 뜨고 감는 것만 제 의지로 가능한 남편. 아픈 그의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주는 아내.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노부부의 하루하루는 짙은 안개에 휩싸인 듯 회색빛이다. 어느날 아내는 남편의 친구였던 그와 점심을 약속했다. 이내 즐거운 말동무가 된 두 사람은 조금씩 한 낮의 짧은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어둑한 일상에 붉은 감정이 들어선 순간. 문득, 아내는 집을 나서며 립스틱을 꺼내 바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과 뿔뿔이 흩어져버린 줄만 알았던 설렘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그날, 아내는 불안한 눈빛으로 “요 며칠은 내 인생에서 정말 특별했어요. “ 라고 입을 열었고. 그녀의 복잡한 심정을 함께 느꼈을 그는. “당신 남편이 지금 어떤 마음일지 생각해봐요. 아마도 당신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 마음도 나이를 먹나요? 스무 살, 그 찬란한 나이를 청춘이라 찬양하여도 그들은 과거의 어떤 하루를 추억하며 살지 모른다. 서른을 갓 넘긴 이는 청춘 즈음을, 마흔 무렵의 누군가는 서른의 어디쯤을 사무치게 그리워할지도... 그렇다면 쉰을 지나 환갑이 된 우리의 심장은 과연 어디쯤에서 두근거리고 있을까. 여기 머리가 하얗게 샌 박선생과 고여사가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두 (마음만은) 젊은 노인은 곧 추억이 되고 말 하룻밤을 위해 기력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 세월 앞에도 지지 않은 두 남녀의 눈치코치가 총 동원된 저녁 나절, 황혼의 로맨스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주 오랜만에 세 명의 여고 동창생이 모였다. 셋 모두는 겉으로 보기에 별일 없이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열정이 증발한 결혼 생활로, 무겁고도 지루한 일상의 반복으로 지칠.. 사랑을 이해하다 * 이미지 출저 단 한번도... 동성애자의 그리움을 아쉬움을 이별을 그리고 사랑을... 오롯이 가슴으로 들여다 본 적 없었던 거다. 외우고 익히고 동정 했을 뿐이다. 때아닌 후회라 하기도 민망한, 그저 어떤 깨달음 같은 게 뒷머리를 퉁 쳤다. 영화 이 나를 쳤다. 이런 나는 놀랍게도, 단 한번도 ‘동성애는 사랑이다’ 라는 걸 부정하지 않았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럽게 알게 된 내 사랑과도 같은 ‘사랑법’ 이라고 믿었고 건방지게도 인정했고 또 존중한다, 고 착각했었다. 종묘 공원 한 켠에서 우연히 만난 두 노인이 모텔에 앉아 짜장면을 나눠먹는 장면에서조차 난 이들의 관계를 연인 이라거나 과거의 연인일거라는 일말의 예상도 하지 못했다. 나의 상상력이 지독하게 말라버린 모랫바닥일지 모르나 적어도 당신에게 단무지.. 구혜선, 너 어디까지 가볼래? 배우에서 감독 작가에까지.. 놀라운 변신, 닮고 싶은 행보 나름의 고민과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안락사로서 도움을 주는(구원해주는) 신부와 수녀. 배우 구혜선의 첫 연출작 의 출발이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자는 신이 아닌 인간 바로 자신들이다. 생명 윤리에 관한 인간의 모순성을 그리고자 했다.’는 다소 심오한 연출의도를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녀의 영화는 기대 이상의 묵직함과 동시에 제목처럼 ‘유쾌한’ 분위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작품이다. 영화를 보고나서 “엇, 구혜선에게 이런 면이?”라고 놀라게 된 건 미안하지만 사실이었다. 그저 앳된 얼굴의 TV 스타라고 여겼고, ‘스타’ 에 대한 편견이 구혜선을 비껴가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카메라 앞에서 예쁘게 웃고 잘 빠진 몸매를 위해 헬스클럽에 드..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