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전미경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꽤 강도 높은 수준의 이성적 각성이 필요합니다. 불편한 일을 겪고 부정적 감정이 올라와도 그것과 거리를 두고 상황을 이성적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필요합니다. 수준 높은 각성 상태가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나를 지키는 자존감으로 작용합니다.
우리가 어떤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고 해도 어떻게 사고하는냐에 따라 그 감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모욕적인 일을 겪으면 누구나 기분이 불쾌합니다. 그러나 그 불편한 감정을 느끼는 것과 그로인해 ‘나는 모욕적인 일을 당할만큼 가치가 없는 사람이야’ 라고 사고하는 것은 다릅니다. 그일이 어떻게 일어나는 것인지 왜 그 사람은 나에게 저런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왜 나는 그 순간 그렇게밖에 반응할 수 없었는지를 중심으로 사고 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훼손 되지 않습니다.
괜찮다는 위로는, 나는 괜찮지 않다는 역설
감정을 다독 거리는 일과 자존감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나는 괜찮다 괜찮다 라고 아무리 다독여도 자존감은 회복 되기 힘듭니다. 괜찮다는 건 감정이 문제입니다. 우리가 나는 괜찮다는 위로를 언제 사용하겠습니까. 힘들게 살고 있을 때 입니다. 그래서 괜찮다는 자기 위로를 뒤집어 보면 역설적으로 나는 괜찮지 않다는 말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자기 위로는 부정적인 감정과 멀어지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계속 매여있게 합니다. 자기 위로를 자기 판단으로 바꿔야 합니다.
자존감이란 외로워질 용기
어쩌면 자존감이란 외로워질 용기일 수도 있습니다. 혼자 있으면서도 고립감을 느끼지 않고 나와 상대가 내가 세상과 연결 되어 있음을 느끼고 나의 미래를 꾸려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중에서
자존감에 대한 첫 책
아마 내가 읽는 자존감 관련의 첫 책. 거의 모든 장마다 밑줄을 긋고 또 긋고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자존감을 이루는 큰 두 가지는 가치와 능력인데, 가치는 자기 존중 즉 나 자체로 소중하고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 능력은 자기 효능감 즉 나에게는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문제에 대처할 능력이 있다는 것. 이 두 가지에 스스로를 대입해 보면 나의 자존감 정도를 얼추 알게 된다. 난 오 높은데 하면서 읽다가 꿈과 기대가 높을 수록 자존감이 낮다는 부분에서 멈칫. 역시 그렇군.
애니어그램 4번 유형
내가 정말로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라는 말. 스스로를 드리머라고 일컫기도 하고 현실과 원하는 삶의 간극이 무거워 눈을 질끈 감는 일도 자주다. 작년 말 나를 읽은 영성의 한 여성은, 리얼리티가 싫어 도망치는 소녀의 형상이라고 말했고, 꿈이 발아래 땅을 향해 있다면 가진 지혜가 빛을 발할 거라고 조언했다. 친구는 나의 애니어그램 유형이 4번임을 확신하면서 꿈의 깃발을 한 손에 번쩍 들고 달리는 사람의 그림을 보여줬다. 이쯤 되니 언젠가부터 삶의 숙제가 생겼다. 4번 유형. 매일 하루를 꼼꼼히 살 것. 매 순간에 충분해질 것. 요즘은 밥을 먹다가도 아 이 끼니가 생의 마지막일 수 있어, 하면서 천천히 음미하자며 말을 건넨다.
자존감은 변하는 것
누군가의 자존감이 높구나 낮구나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자존감이 높다고 꼭 좋은 것도 아니고 낮다고 나쁜 것도 아니다. 높은 사람은 타인에게 과시적일 수 있고 낮은 사람은 살뜰한 배려심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사람의 자존감이란 상황마다 생각마다 변하고 또 변한다. 때로 아, 정말 나란 존재는 실패구나 실망하다가도 왜 이 상황에 놓였는지 관찰자의 입장에서 인식한다면 후텁하고 답답한 감정으로부터 탈출할 수도 있겠지.
결국 실패든 성공이든 부든 가난이든, 결과와 상황에 휘둘리기보다 매 순간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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