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11월, 퇴사 15일 차
18년 회사 생활의 팀장 직급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애초에 섭섭한 감정은 없었지만 이만큼 매일 아침이 평온할 줄은 몰랐다. 자랄 땐, 늦둥이 막내의 눈으로 새벽부터 한밤까지 이어진 은행원 아빠의 삶을 지켜봤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 같은 시간마다 전날 밤 준비해 놓은 말끔한 정장을 갖춰 입고 구두약으로 손질한 반질반질한 까만 구두를 신고 출근하던 아빠. IMF 시절 아빠의 은행원 삶이 마무리 되고, 그 뒤 새로 시작된 같은 하루들. 아빠에게 늘 비슷한 얘길 들었던 거 같다.
“성실하게 착실하게 회사에서 인정받아라.”
나도 경제적 삶을 위해 회사 생활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퇴사를 감행하기까지18년이 걸렸다. 순간마다의 경험에 어떤 의미를 주는 가는 나의 몫이다. 퇴사 15일이 된 시점에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기쁨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기쁨의 의미를 발견하고 기록해 놓고 싶었다.
엄마라는 책임
엄마라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때 행복을 넘어 감사함을 느낀다. 아이들 곁에서 느끼는 깊은 연결감은 엄마라는 자리를 어떤 판단도 없이 내어 주는 아이들 덕분이다. 늘 바쁜 나는, 바빠서 일찍 눕고 바빠서 일찍 깨고 바빠서 간편 밥을 챙겨주고 바빠서 화가 나 있고 바빠서 혼자 좀 쉬고 싶었다. 당분간 바쁘지 않은 엄마로 아이들 곁에서 금세 자라는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누리고 싶다. 이런 게 엄마라는 자리의 책임이라면 이토록 행복한 경험인걸, 아 너무 늦게 깨닫는다.
미라클 모닝
깜깜한 새벽에 따뜻한 물 한잔 마시면서 거울 앞에 앉았을 때 스스로 투명해진 선한 상태의 나라서 마음에 든다.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지3년 차가 되었다. 시작 시점에는 6가지 일, 명상, 스트레칭, 일기쓰기일기 쓰기, 책 읽기, 확신의 말하기를 하나씩 해냈다. 지금도 비슷한 루틴을 지키되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집중한다. 그중에 따뜻한 물 한잔과 거울 앞에 앉아 날 향해 웃어주는 일, 괜찮아 잘했어 잘하자 같은 응원의 말을 건네는 시간이 든든하고 힘이 된다. 세상 비참한 순간에도 나와 내가 원팀으로 마음을 모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난 그 내면의 힘의 작용을 안다.
퇴사 후 일의 공간 위워크 we wowrk
퇴사 후 위워크 we wowrk 올엑세스 멤버쉽을 바로 시작했다. 층고가 충분하게 확보된 공간감이 마음을 편안하게 돕는다. 널찍한 창문에서 내리 쏟아지는 햇빛을 누리고 깔끔한 커피를 제한 없이 마시면서 일하는 행복을 경험한다. 일상을 취향의 공간에서 누리는 데에 노력했다. 집도 짓고 취향의 빈티지 가구도 들여 놓고 가슴 떨리지 않는 것들은 수시로 정리하면서. 일의 공간 역시 취향이고 싶다는 꿈을 위워크 덕분에 꾸게 되었다. 행복이란 감정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 꿈을 꾸고 꿈의 계획을 꼽는 실행력을 선사하니까.
폼롤러와 스트레칭
하루를 컴퓨터 앞으로 출근해서 야근까지 일로 이어달리기를 하다보면 목이 30도 이상 젖히지 않는다. 이 몸의 무리와 피로의 반복 때문에 마사지숍 정기권을 끊곤 했다. 받을 땐 천국인데 그 천국이 사흘도 이어지지 않으니까 늘 부족했는데, 우연히 폼롤러 활용해 스트레칭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신세계를 경험했다. 이제는 매일 아침 행복을 넘어 숨 쉬는 것만큼 당연한 리추얼이 되었다. 찌뿌둥한 몸이 생기를 가지는 나를 위한 선한 움직임이다.
사랑의 순간
나는 정말이지, 눈 맞추고 안아주는 온기를, 곱씹고 후회하고 다시 시작하는, 이 사랑이라는 공들임의 과정들을 사랑한다.
기록
아침 밤마다 일기를 쓰거나 내가 찍은 사진과 좋아하는 문장을 포스팅하면서 현재에 머무르지 않으려는 향상성의 의지를 발견한다. 기록은 나를 빚는 과정이다.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빚어지는 찰흙처럼 말랑말랑한 재료로서의 내 생각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만큼 가치있는 일이 또 있을까. 뚜렷한 목적의식 없이 그저 나에게 공들이는 태도로서의 기록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느끼는 감정
자주 생각한다. 내가 나를 행복한 방향으로 다루는 태도가 지금 할 수 있는 세상에 기여하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행복은 감사와 연결되고 관찰하고 음미해야 발견할 수 있으니까. 스스로의 관점을 다각도로 위치시켜 가장 나은 의미를 발견해야 느낄 수 있으니까. 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느끼는 감정일 뿐이라서, 집착하면 되레 불충분하고 못마땅하다는 것도 경험으로 잘 안다. 행복이 최고의 가치여서가 아니라 소소한 기쁨을 발견하는 숨은 보석 찾기 같은 놀이라고 치고, 자주 꼽아보려 한다. 퇴사를 하면 시간이 아주 많아져서 숨은 행복 보석 찾기가 가능하다니! 이 글을 적으면서 느낀 행복과 기쁨이 읽는 분들에게도 가 닿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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