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같은 하루
어제와 같다. 오늘도 새벽 스트레칭 후에 짐종국 오빠가 알려준 스쿼트 15번 2회 한다. 아침 일 처리하고 오전 바이올린 강습 갔다가 활 잡는 법부터 다시 익혔다. 어릴 때 잘못 잡은 습관을 고치는 일이 어렵구나. 동생과 피자 점심 먹고서 아들 둘 선우랑 루다 픽업 다녀와서 다시 오후 일 시작했다. 저녁때 아들 셋 차돌박이 구워 먹였다. 내 앞으로 남은 기적 같은 한 점을 상추 고추 깻잎에 포개 먹었더니 꿀. 우리 아빠 아무 날도 아닌 날에도 툭하면 돌판에 차돌박이 구워 주던 생각이 났다.
저녁에 루다가 내 생일이라고 흰 종이에 과일 7단 케이크 그리는 거 감상하다가 젤이 볼에 뽀뽀 여러번 해줬다. 한젤이 어깨허리 종아리 마사지 해주고, 한젤이가 내 어깨 종아리 마사지 해주는 거 꿀처럼 받았다. 잠이 솔솔 온 젤이가 방으로 안 가고 머물길래 같이 잘까? 했더니 웬걸 그러겠다 하길래 오랜만에 셋이 한자리에 누워 잠들었다. 감동이 몽글몽글 차오르다가도 아들들 힘 들어가 묵직한 팔꿈치랑 허벅지가 달려드면 반사적으로 피하는 피로한 밤을 지났다. 생일도 끝났다. 특별한 게 없는데 뭔가 충분히 행복한 그런 날로 기억되겠구나. 행복은 그저 느끼는 상태라고 했다. 오늘 누린 평범한 일상, 일상, 일상 … 이 일상의 막강한 힘에 대해 생각한다.
나를 위한 럭셔리, 모노클과 꼼데가르송
생일날 어김없이 날 위한 선물을 산다. 하나만 사야 하는데 두 개 샀다. 온열 기능 갖춘 괄사랑 모노클과 꼼데갹숑의 콜라보 히노끼 향수. 둘 합쳐서 18만 원 정도. 나를 위한 럭셔리. 올해는 승부 보기 전까지 절약이다 해놓고 조금씩 조금씩 계속 소비한다. 궁금해서 사고 필요해서 사고 갖고 싶어서 사는데.. 걱정말자. 부지런히 벌자.
더 웨일, 브렌든 프레이저의 찰리
생일날 언제나처럼 혼지 명필름아트센터에 가는 거 같아. 내가 나를 위해 해 주고 싶은 게 좋은 영화 한편이라면, 우아하지 않니? 난 늘 내가 더 더 우아해지고 싶다. 이 말은 아직 우아하지 않다는 뜻이다. 안다. 오늘 본 영화는 더 웨일. 배우의 연기에 매료되는 영화를 사랑하는데, 블루 재즈민의 케이트 블란쳇. 그리고 더 웨일의 브렌든 프레이저. 모두 날 울렸다. 배우의 미친 연기에는 완전히 비워진 상태의 자아가 보인다. 텅 빈 그들이 채워내는 새로운 인물의 생명 앞에서 나는 유난히 아파하고 동시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버릇처럼 좋은 영화를 본 뒤에는 김혜리의 리뷰를 찾아 읽는데 이 영화를, 비만과 섭식 장애를 창작자가 편의적으로 해석할 때, 라고 혹평했더라. 찰리의 슬픔이란 은유로 받지 못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녀에게 비슷한 직간접의 경험이 있다면 몰입하지 못했을 수 있겠지. 또 누군가는 퀴어가 주인공이어도 되돌아오는 가족주의의 망령이라고 평했던데, 이 관점은 뭐랄까 편협하다. 퀴어라는 정체성의 인간은 퀴어 안의 서사만을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니까. 찰리는 퀴어가 아니라, 찰리니까. 그의 사랑에는 절대적으로 끌린 연인과 늘 그립고 애틋한 딸이 공존할 테니까. 그의 삶에는 사랑보다 진한 우정이 존재하고 타인의 배려와 기만이 켜켜이 자국을 남겼을 테니까.
춤추는 별이 되자, 니체
춤추는 별이 되기 위해서 스스로 내면의 혼돈을 가져야 한다고, 니체가 말했다. <당신은 사업가입니까> 라는 책에서 사업은 롤러코스터와 같다는 글이 꼭 니체의 이 말처럼 들렸다. 지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난 당연히 독보적으로 반짝이는 별이 되고 싶고 그만큼의 혼돈을 가졌으나, 괜히 조급해질 땐 니체에게 묻고 싶다. 별과 혼돈까지 알겠는데 조급해서 두려울 땐 어떻게 해야 해요, 니체. 나는 시작을 잘하고 새로운 경험을 사랑하지만 꾸준하게 그릿을 부리는 일은 아기처럼 배워야 한다. 그래, 니체는 아기가 되라고도 했었지.
시간이 조금 지나서 내 마음이 수시로 기대는 이야기에
나는 나를 믿었어, 날 믿은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되겠지.
생일날의 다짐
나답게 행복해 라고 말하는 순간을 자주 가진다.
가장 나다운 순간, 가장 기쁨의 일을 하고 있는 그 순간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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