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앤 드럭스' 매기와 제이미
운명의 어쩌고 하는 진부한 사랑얘기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찾아 본 헐리우드 영화 '러브 앤 드럭스'는 고리타분하지 않아 좋았다. 자칫 시시콜콜한 농담 따먹기에 그치고 마는 로맨틱코미디의 약점을 피할 수 있었던 건, 파킨스 병이란 소재가 이야기의 굵직한 주축을 이뤘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는 코미디와 드라마의 균형이 매우 잘 이뤄진 듯 보인다. 무엇보다 이미 '브로크백마운틴'에서 부부로 열연한 두 배우, 제이크 질렌할과 앤 해서웨이가 적절히 가벼워져야하는 장르 안에서도 마치 춤을 추는 제 역할에 흠뻑 빠져 매력을 발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사랑하게 되면 좋겠단 순진한 심정으로 두 배우의 전라의 베드신을 훔쳐보는 동안은 제법 두근거렸다. 영화에서 파킨스병을 앓고 있는 매기가(앤 해서웨이) 태어나 이제껏 단 한 차례도 사랑한단 고백을 해본 적 없는 제이미(제이크 질렌할)를 위로하며 건네는 대인배 다운 대사들은 언젠가 내 것으로 만들어 말하고 싶을 만큼 마음에 남는다. 점점 떨려오는 손으로 사진을 찍고 스크랩하는, 매기의 예술혼을 담은 조용한 장면들은 마치 장문 속 쉼표같아 아련한 마음으로 휴, 숨을 달래게 된다. 괜히 덩달아 들떠 따뜻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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