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사랑 하고 싶은 시간' 의 리뷰를 읽었는데 만듦새가 좋다는 평과 더해 불륜을 다룬 얘기라기에 호감이 일었다. <정사> 나 <언페이스풀> 같은 과감한 러브씬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나의 감정결이 무엇을 얼마만큼 공감할지가 궁금했다. 그저 새로운 사랑을 현실과 별개로 아름답게만 그려놓진 않았을까 걱정도 됐지만, 씨네큐브 작품이니 우선 믿고 보기로 했다.
영화는 제목이 주는 감미로움에 비해 불륜이란 소재를 통해 불안한 두 영혼의 혼란스런 시간을 다뤘다. 그런 면에서 영문제목 'What more do I want' 가 영화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해 준다. 두 주인공이 '더 원하는 것' 은 사랑이지만, 그건 욕망과 닮았고 타인의 눈엔 불륜으로 비친다. 그래서 영화는 비밀스럽고 은밀하다.
영화 속 안나는 오랫동안 동거 중인 남자친구 알레시오와 평온한 일상을 산다. 퇴근 후 지친 몸을 기댄 채 맥주 한잔을 나눠 마시거나, 친구네와의 커플 데이트는 오랜 시간 반복된 탓에 로맨틱하진 않아도 매 순간 편안해 보인다. 어느 여인들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저항하지 않고 잘 지내는(것처럼 보인) 안나에게 우연히 알게 된 유부남 도미니코와의 격정적 사랑이 찾아온다. 숨었던 욕망이 돌연 모습을 드러내듯 ... 안나와 도미니코는 '더 원하는 것' 이 금기를 깨트리는 것일지라도 기꺼이 온 몸을 내던져 사랑한다. 그럴수록 서툴던 거짓말은 과감해지고 죄책감에 괴로움이 엄습하지만, 집착은 강해져 헤어 나오려는 노력도 허투루 끝난다. 그렇게 싸우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던 둘은 마치 꿈을 꾸듯 여행길에 오르고, 여행지에서의 두 사람은 짧은 행복에 취한다. 하지만 여행의 마지막 날... 둘은 고민의 무게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아무런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현실로 돌아온다.
영화는 얼뜻 새드엔딩같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꼭 슬프지만은 않다. 안나가 황급히 도미니코의 곁을 떠난 건, 해답 없는 미로를 헤매기엔 역부족인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니까.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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