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침에 눈 뜨고 올려 본 하늘이 날 달뜨게 해 주리란 걸 알았어. 봄의 찬란함 덕분에 예감만큼의 완벽한 하루를 보냈지.
잠들기 전에 ‘하늘’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딸 ‘사마’ 에게 바치는 다큐멘터리 <사마에게>를 보면서 종일 누린 일상의 기쁨과 희열을 잠시 내려놓았어.
영화를 보는 내내 슬픔과 놀라움에 몸을 바르르 떨었어. 피비린내와 폭탄 소리가 가까이에서 느껴지기까지 했지. 경험해 보지 못한 절망적인 상황, 매일매일 이웃이 죽음을 맞고,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와 남편과 딸 사마가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실질적인 두려움이 전부인 삶이있어. 하지만 영화에는 지옥 같은 순간만큼 기적 같은 순간도 담겼어. 아, 기적이 존재하는구나 감동해 소리를 삼키고 눈물을 흘렸어.
그들은 나보다 더 웃고 사랑을 하더라. 아끼고 나누고 그 힘으로 버티더라. 인간만이 가진 숭고함이랄까 의지랄까. 알고 있어야 할 ‘우리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많다는 것, 그러니까 엄살을 부리거나 지금 이대로에 만족하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기에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자책을 하게 되더라. 그리고 천천히 잠이 들었나 봐.
오늘은 비가 내렸어.
어제와 다른 하늘이었지.
나도 어제와 다른 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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