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12월은 대부분 ‘흥청망청’ 이었다. 어차피 계획대로 못 산거 대충 넘기자며 다음 ‘1월’을 담보로 시간도 감정도 넘치게 써댔다. 헌데 올해는 좀 다르다. 한 해를 정돈하는 대신 새로운 하루처럼 뭔가를 시작하고 있다. 좋게 보면 부지런한 모습이나, 어쩌면 마음이 좇기고 있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Swing
스윙댄스를 다시 시작했다. 린디 유랑 캠프의 ‘린디갱생반’을 통해 근 2년 만에 다시 춤을 춘다. 한동안 열성으로 배우고 춤췄던 기억들이 흩어지기 전에 다시 몸에게 스윙의 리듬을 복습시키는 요즘. 사실 예전만큼 행복하지 않다. 무조건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흔들던 배짱 좋던 내가 어떻게든 박자를 맞추고 음정을 세고 틀리진 않을까 주저하는 소심이가 돼 있어서다. 그래도 이왕 갱생의 길로 들어섰으니 어떤 리더가 춤을 청해도 쭈뼛거리지 않을 만큼 엣지있게 추고 싶다.
유랑 캠프의 단장 엠오빠의 주문대로,
“거만하게 춰! 너가 틀렸어도 니가 틀린거야 얘! 하는 자세로 해.”
맞아, 도도하게.도도하게...
Photograph
By Philip Perkis
시선이 머문 사진 한 장이 내 안의 예술적 감수성을 적셔 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 사진들이 시간만큼 차곡이 쌓이면 그간 변화한 시선과 사고(思考)가 한 눈에 들어올 것 같다. 날 깊숙이 알 수 있는 한 도구가 바로 사진이지 않을까.
꽤 오래된 이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실 욕심이 많이 났다. 유능하다는 아카데믹한 교육도 받고 싶었고, 낯선 이국적인 풍경을 담아보고도 싶었고, 좋은 장비를 먼저 갖추고도 싶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당분간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다.
어쨌든 내 마음 속 열망에 집중해 소소하게나마 시작해 보자며 장만한 책이 필림 퍼키스의 ‘사진강의노트’ 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실제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경청하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좋은 강의노트가 있으니 혼자 하는 공부도 신이 난다.
Eco Mom
부모님 품을 떠나 한 가정의 '적게 버는' 일원이 된 뒤, 처음 일 년 동안은 자주 버거웠다. 하지만 요즘은 부족하기 때문에 노력하게 된 몇 가지들로 인해 조금은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거창한 건 아니고 세탁기나 전자레인지 같은 대기전력량 소비가 많은 가전제품의 콘센트를 뽑아 놓는 것, 양치할 때 물컵을 사용하는 것, 설거지 할 때 면 장갑과 고무장갑을 이중으로 끼고 찬물을 쓰는 것(더운 물을 아끼는 것), 회사 건물 공공 화장실 전등을 끄고 다니는 것 (이토록 기본적인 걸 놓치고 살았다는 게 놀랍지만) 등을 실천하다 보면 종종 뿌듯하다. 여러모로 도움이 될 면 생리대도 그렇고 세재나 비누도 직접 만들어 쓰고 싶다. 돼지의 집단 사육이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를 유발한다면 고기 좋아하는 나도 비건vegan까진 못돼도 세미베지테리안으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
불편하게 사는 것에 의미를 조금씩 깨치는 중인데, 덕분에 편안함이 주는 민망함이 감지된다. 이 2009년 12월의 '시작'들이 부디 온전히 습득되길 바란다. 미래의 덜 갖고 크게 만족하는 삶을 위해.
우리가 말하는 것이 진리인가 아닌가 여부는 우리의 행동에 달려있기 때문에 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The Reader> 중에서.
<The Reader> 중에서.
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 필립 퍼키스 지음, 박태희 옮김/눈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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