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를 끊자고 다짐한 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매번 '맛없어' 후회하기 일쑤인데도 도대체 발길이 자꾸만 가 닿는 건 왜일까. '오호라, 빠르군. 맛도 좋네' 감탄할 때도 물론 있다. 하지만 난 안다. 3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패스트푸드 네이션> 에서 본 그들의 적나라한 실체를. 온갖 조미료를 섞어 우리의 입맛을 값싸게 길들이고, 싼 노동력을 착취하며 거대 도살장을 가동하는 속이 시커먼 거대한 그들의 눈속임을 말이다.
오늘 점심도 맥도날드 새우버거로 해치웠다. 잠시 책방에 들러 이것저것 살피다보니 시간도 없고 현금도 똑 떨어진 상태였다. 혼자인 것과 카드계산에 크게 마음 쓰지 않을 수 있는 곳을 선택하자 싶을 때 맥도날드가 시야에 들어왔다. 예상보다 북새통을 이룬 그곳에선 콜라와 포테이토를 종이컵에 담는 그 짧은 시간조차 더디게 느껴진다. '여기요 좀 빨리 주세요!' 소리치고 뒤돌아서 생각했다. 햄버거가 인간성마저 훼손시키는 건 아니냐고.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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