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 대한 읽을거리가 얼마 없어 서글픈 요즘이지만 (영화 주간지는 씨네21, 무비위크 달랑 두개 뿐) 뒤적이다보면 내 맘을 쏙 담은 글, 복잡한 감상을 깔끔하게 정리정돈 해주는 글들을 종종 만난다. 밑줄만으로는 아까워 되받아 적어 놓기로 했다. 모이고 모여 한권의 노트처럼 되라고.
8월은 가족 극장나들이 겸 <해운대>를 시작으로
시네마디지털서울2009의 <엔드 오브 러브>
그리고,
<고갈>
<디스 이즈 잉글랜드>
<날아라 펭귄>
<이웃집 좀비>
단편작은,
<남자니까, 여자여서>
<그 방의 기억>
<락 닭>
<심야영화>
<두 아이> 등 ...
<고갈>은 이미 리뷰를 남겼듯 완소작품이고, 어제 본 <이웃집 좀비> 또한 놀라운 올해의 발견이라 날아갈 듯 기쁘다. (다이어리에 '참신하고 기발하고 야무진 영화 발견!' 이라고 적어 둠.) <디스 이즈 잉글랜드>는 무엇보다 어린 소년 토머스 터구스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1.
<고갈> 김곡과 김선 감독은 절대 쉬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아니다. <반변증법> <뇌절개술> <자본당 선언: 만국의 자본가여 축적하라> <시간의식> <빛과 계급> 등 제목부터 대중의 접근을 제한한다. 필름 혹은 디지털의 질료적 성질까지 고려해 철학전 사견을 옮기는 방신은 더 반(反)대중적이다. 둘이 만든 영화 집단 ‘곡사’는 영화적 관습을 해체해 자신들의 방식으로 이미지화하며 독립 영호의 ‘비타협’정신을 지켜왔다. 어느덧 독립 영화계 10년차. ‘곡사’는 한국 실험 영화의 상징적인 단어가 됐다. (중략) 도망가는 여자와 쫓아가는 남자의 ‘나 잡아봐라’ 행태를 회색 빛 자본주의 풍경을 배경으로 풀어놓은 듯하다. 수퍼 8미리로 촬영해 35미리로 블로우업한 화면은 조금만 건드려도 사라질 것처럼 예민하다. 공기처럼 떠도는 필름의 노이즈는 매춘부와 포주의 비극적 우화를 태곳적에 만들어진 흐릿한 화석처럼 느끼게 만든다. 감독이 상영 전 무대인사에서 지루하다고 주의를 주는 영화이지만 인내하고 견뎌내면 새로운 미학의 세계를 영접할 수 있다.
무비위크 <고갈> 김곡 김선감독 인터뷰 기사 중에서 _ 홍수경기자
#2.
<디스 이즈 잉글랜드> 천진한 얼굴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아역 배우 토머스 터구스를 비롯, 출연진의 사실감 넘치는 연기는 종종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까지 안긴다. (중략) 그러고 보니, 영국 사회파 드라마의 전통을 훌륭히 계승하고 있는 이 영화에 담긴 반성은 점점 다문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는 오늘의 한국에서도 절실하다. 지금 이곳에서도 인종주의의 악령은 피해자의 탈을 쓰고서 민족주의의 미명 아래 이빨을 드러내고 있으니까.
이동진의 영화풍경 영화리뷰 '이성이 잠들면 요괴가 눈뜬다' 중에서
셰인 메도우스 감독은 이렇게 알고 보면 여린 남자 콤보와 아버지를 잃은 소년이 극우 인종주의의 행동대가 되어가는 사회를 지긋이 바라본다. 감독은 인종주의라는 괴물을 다루면서도 등장인물 중 누구도 악이라고 단죄하지 않고 그 너머를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을 유지한다.
오마이뉴스 이승훈 기자 블로그 '낯설지 않은 잉글랜드의 진면목' 중에서
#3.
<이웃집 좀비> 요즘은 저예산영화조차 정말 그럴듯해 보이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 올해 부천영화제에서 본 <이웃집 좀비>는 그런 면에서 놀라웠다. 저예산영화로 영화 대부분이 제작진의 아파트에서 촬영되었지만,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서울의 묵시론적 이미지는 인상적이었다.
씨네 21 외신기자클럽 <이웃집 좀비>의 일장일단 중에서 _ 달시파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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