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개봉 영화들이 왁자지껄한 것도 아닌데
거의 침묵에 가깝게 소리소문 없이 극장에 걸렸다.
물론 <마더> <박쥐> <터미네이터> 같은 대작들이
극장 몰이와 관객 몰이를 싹쓸이 하고 있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한 무음無音 과 같다.
탈북자와 이주노동자.
제목처럼 처음 만난 이들이 함께 떠나는 여정을 담은
탈북자 진욱, 10년째 한국에서 택시운전사로 살아가는 탈북자 혜정
그리고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 한국에 온 베트남인 팅윤..
거대한 숲처럼 아파트가 우거진 도심의 풍경 속에 길을 잃은 진욱과
그를 위해 한 밤을 꼬박 새워 함께 헤매는 혜정.
잘못된 방향의 버스에 올라탄 팅윤과
그와 함게 목적지로 함께 걷는 진욱.
이렇게 처음 만난 사람들이 서로의 사연을 포옹한다.
가까이 있지만 가까이 있는 것 조차 몰랐고
어쩌면 일부러 모른 체 한 사람들을 쫓는 2시간은
놀랍게도 때론 뭉클하고 때론 부끄럽고 또 때론 웃음이 샐 정도로 재미있다.
물론 화끈한 액션씬이 끝내준다거나
가슴 절절한 멜로라인에 눈물샘이 자극되는 건 아니다.
탈북자. 이주노동자 이야기를 굳이 극장에서까지 볼 필요 있을까
되묻는데도 고개를 가로 젖진 못할 것같다.
하지만 비주류, 소수자, 아웃사이더 의 이야기를
이처럼 리얼하고 보드랍게 그린 영화가 또 있을까.
작은 영화의 미덕을 고스란히 담아
우리의 가슴에 햇살 닮은 희망을 안긴다.
조용한 개봉 탓에 첫 주말 관객이
전국 5개관에서 200명 남짓이다.
무엇보다 바로 이 점이 아쉽다.
알고 안보는 것과 모르고 못 보는 것은 출발부터 다르다.
최소한 선택하느냐 안하는냐로 고민하도록..
다른 영화들과 같은 선상에 놓여있어야 한다.
함께 노출되어야 한다.
영화 기자들조차 외면한 이 영화를..
내 블로그에서라도 소개하는 까닭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오늘로 개봉 2주차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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