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피부에 동그랗고 큰 눈. 누가봐도 빛나는 미모. 잘 먹지 못해 부른 볼록한 배와 찢어진 신발이 겨우 감싼 작은 발. 먼 나라의 아이들은 '도와주고 싶다' 거나 '마음이 아프다' 같은 연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인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남긴 사진을 볼때도 역시 비슷한 감정때문에 마음이 아리곤 한다.
이토록 아름답고 아픈 이미지를 그저 내 안의 감상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은 걸까. 아이들의 현실을 내 감정에 소비하는 건 옳은 걸까.
인도 제 2의 수도 캘커타. 그곳 사창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앞으로 펼쳐질 자신들의 삶이 어쩌면 고통스러운 절망과 닮아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인간이면 누구나 태어난 곳의 환경과 문화를 받아들여야 하기에. 이건 숙명이라고,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묵묵히 따를 뿐이다.
아이들은 사창가 골목 구석구석을 놀이터 삼아 뛰어 다니기도 하고 일터 삼아 물도 기르고 빨래도 하며 하루를 난다. 이렇게 네 살, 일곱 살을 지나 갓 열 살이 넘으면 자연스럽게 몸을 팔기도 하고, 몸을 팔게도 하며 마치 다른 즐거움과 행복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고단하게 반복되는 하루를 나고 맞는다.
그 곳을 영국인 사진작가 자나 브리스키가 찾았다. 그리고 보기에도 처절한 삶 한가운데 내몰린 아이들의 꽃잎과 같은 작은 두 손에 카메라 한 대 찍을 쥐어주었다.
우리, 보고 들리는 것, 너네 들이 사는 이 곳.. 담고 싶은 모든 것을 이 카메라에 담아 보자.
이 때부터 아이들은 두 발 딛고 선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이제껏 단 한번도 훑어보지 못한 자신 안의 재능과 감각을 꺼내 본다. 조금씩 희망을 품고 더 배우고 싶은 가슴 속 울림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자나의 도움으로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그들의 재능을 눈여겨본 영국의 한 단체의 도움으로 사진 전시회에도 참가하게 되지만, 이 과정에서 가족들의 반대와 사회의 편견이라는 높은 장애물에 부딪히고 만다. 하지만 끝까지 함께 한 몇몇 아이들은 새롭고 놀라운 일상을 만끽하게 될 거다. 예전만큼은 소외되지 않고 적어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말이다.
이 아이들을 철저하게 타자화시켜 온갖 슬픈 감상에 젖은 나에게 <꿈꾸는 카메라 - 사창가에서 태어나>는 삶의 자세를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그건 아이들과 함께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선 자나 브리스키가 남과 어떻게 교감하고 또 연대하는지를 따뜻하고 현명한 영화 한 편으로 고스란히 펼쳐 보여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쉽게도 <꿈꾸는 카메라 - 사창가에서 태어나>는 몇몇 영화제와 상영회에서 소개 됐고, 작은 규모로 극장 개봉 이후 조용히 사라졌다. 다시금 스크린을 통해 아이들의 큰 눈망울을 보고싶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신, 여기로 가면 아이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http://www.kids-with-cameras.org/kids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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