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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광화문에서 만끽할 TOKYO




작년 겨울 복잡한 상처로 지쳐 거닐던 어느 날. 우연히 아니 운명처럼 들어선 곳. 흙 맛과 닮았을 흑맥주를 안고 <아임 낫 데어>를 그리고 밥 딜런을 들었던 그 밤의 기억.

그날 이후, 영화사 스폰지가 운영하는 극장 중에 특히 광폰지로 불리는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은 나에게 작은 위로와 휴식을 주는 쉼터 같은 곳이 되었다.
아직 나 외에 누구와 동행한 적 없는 그곳에 “사랑해, 도쿄”가 불시착했다는 소식은 그래서 설레고 떨린다.

그렇잖아도 답답한 일상에 탈출을 꿈꾸며 마련한 두 권의 책 모두 여행에 관한, 그 중 하나는 일본 여행에 관한 책인걸. 인구보다 캐릭터가 더 많을 것 같은 그림 인형의 나라 일본, 그 중에 다 가진 것 같은데 예쁘고 친절하기까지 해 부럽고 얄미운 도쿄. 벚꽃이 천진하게 만발한 광화문 사거리에서 도쿄를 만끽한다는 환상은 현실이 되기 직전에 놓여있다.

내 여행의 계획은 이렇다. 우선!
구로사와 기요시의 안내로 평범한데 익숙하고도 낯선 네 가족이 살고 있는 <도쿄 소나타>에 짐을 풀자. 자고로 여행은 현지인과 한 호흡을 유지하는 게 키 포인트. 도쿄에 저렴한 호텔이 부지기수라지만 이런 홈스테이야말로 일본의 현재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다음 날에는 봉준호가 만난 <도쿄!> 의 오타쿠를 친구 삼아 그의 일상을 따라가 보자. 피자배달원 유우와 함께라면 시간은 금새 갈 듯. 그뿐만이 아니라 미셸 공드리, 레오 까락스도 함께라니. 꺄오! 신난다.


도쿄에 살짝 익숙해 진 셋째 날, 다소 촌스러웠던 여행자, 이방인의 모습에서 탈피해볼까. 꼬질 해진 캔버스화에 야구모자, 너덜너덜해진 가이드 북은 벗어 던지고 한껏 멋을 부려보는 거다. 바로 나의 로망씨, 오다기리조와의 데이트 <도쿄타워>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의 숨결에 사소한 떨림은 제쳐두자. 둘 사이의 틈이 좁아들 저녁 무렵에 두 눈 질끈 감고 고백하는 거다. 다시 언제 올지 모를 기회잖아. 수줍은 듯 '보고싶었어...' 이렇게. 벌써부터 아, 떨려..


마지막 날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친숙한 이누도 잇신을 따라 1963년의 도쿄, <황색눈물>로 떠나자. 지난 사흘 동안 현재를 보고 미래를 점쳤다면 오늘만큼은 과거를 음미할 수 있는 여백 같은 하루가 펼쳐질지 모른다. 이 꿈같은 루트가 가능할 수 있는 즐거운 영화 여행이 4월 22일까지만 가능하다니. 각자 몸에 꼭 맞는 나름의 계획을 잘 짜서 모두들 값진 여행 하길.

TIP. 예민한 촉수로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날을 골라 떠날 것. 광폰지는 앞 사람의 머리가 자막을 가린다는 컴플레인으로 시크러운 곳. 주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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