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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여덟 조각으로 살기 하루 여덟 조각으로 살기 오늘도 새 새벽 새벽 아침 오전 점심 오후 저녁 밤의 여덟 조각으로 하루를 산다. 새새벽에 눈을 떠 핸드폰에 손이 가는 걸 알아챈다. 과거와 같은 선택이 과거에 사는 이유라면 이 새벽부터는 다른 선택으로 현재를 살 거라면서, 두 손을 가슴 위에 모으고 가만히 눈을 감는다. 원하는 나를 상상한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전부 거짓말이야!’ 뇌의 외침이 들린다. 이 소리까지 외면하는 것이 새 새벽의 미션이다. 잘했어! 새벽에는 제법 땀이 나게 뭉쳤던 어깨와 웅크린 허리를 쭉 늘린다. 키가 1센치는 자랐을 모짜렐라 치즈 같은 스트레칭을 해내면 기분이 한결 낫다. 얼마든지 찐따인 나를 끝까지 미워하지 않는 힘이 새벽마다의 자기 돌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 가진 자의 충분한 기분..
나의 소크라테스가 묻는다 엄마, 엄마가 만약에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데 핸드폰을 쓸 수 없다면 그래도 갈거야? 당연하지! 무조건 가지! 핸드폰 대신 편지 쓰거나 문 앞에서 기다리면 되지. 근데 루다야, 다시 돌아가면 널 만날 수 없겠네? 아니, 나는 만나지. 나는 그대로 만나는 거야. 그럼 결혼도 하는 거야? 변하는 게 없네? 그럼 엄마 안 돌아갈래. 그냥 지금으로 살래. 나 지금도 좋아. - 엄마 만약에 죽을때까지 딱 하나의 음식만 먹는다면? 엄마 만약에 엄마가 동물이 된다면? 엄마 만약에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엄마 만약에 엄마한테 백억이 생긴다면 뭐 할거야? 엄마 나 엄마가 좋아하는 과일 알아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하나 둘 셋?! 엄마 나 엄마가 좋아하는 색깔도 알아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하나 둘..
하루 8부제 요즘 하루 8부제로 산다. 새새벽 새벽 아침 오전 점심 오후 저녁 밤. 오늘은 대구에 다녀왔다. 수제비와 초록 고추들의 환대를 받았다. 지하철에서는 초로의 어르신이 짐 많은 내게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 서문시장에서는 자일리톨과 마이쭈 딸기를 이 천원 입금할 걸 이 만원 입금해 여사장님이 층 한 바퀴를 헤매다, 내 손에 잔돈 만 팔천원을 쥐어 주셨다. 고맙습니다. 몽이와 몽이 친구들이 곁에 모인다. 꿈은 이루어진다. 뭘 해도 잘할 거 같다는 얘길 들었다. 뭘 해도 잘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산다. 그 진심이 눈동자에 손끝에 혀끝에 묻어날 것이다. 여기 사는 나를 포함한 모두, 당신 삶에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다. 다들 당신의 서사를 당신답게 산다. 당신들 가슴 속 에너지를 깊이 감각하면 감동이다. 매일의 반복은..
43살 생일 기록, 과일 7단 케이크와 더 웨일 어제와 같은 하루 어제와 같다. 오늘도 새벽 스트레칭 후에 짐종국 오빠가 알려준 스쿼트 15번 2회 한다. 아침 일 처리하고 오전 바이올린 강습 갔다가 활 잡는 법부터 다시 익혔다. 어릴 때 잘못 잡은 습관을 고치는 일이 어렵구나. 동생과 피자 점심 먹고서 아들 둘 선우랑 루다 픽업 다녀와서 다시 오후 일 시작했다. 저녁때 아들 셋 차돌박이 구워 먹였다. 내 앞으로 남은 기적 같은 한 점을 상추 고추 깻잎에 포개 먹었더니 꿀. 우리 아빠 아무 날도 아닌 날에도 툭하면 돌판에 차돌박이 구워 주던 생각이 났다. 저녁에 루다가 내 생일이라고 흰 종이에 과일 7단 케이크 그리는 거 감상하다가 젤이 볼에 뽀뽀 여러번 해줬다. 한젤이 어깨허리 종아리 마사지 해주고, 한젤이가 내 어깨 종아리 마사지 해주는 거 꿀처럼..
제주도 여행 혼자서 애월 하다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제주 가파른 골목 너머 막다른 길목에 다다른 심정으로 살았다. 하루가 저물길 바라고 다시 시작된 하루에 안도하면서 이대로 삶이 끝나도 충분하지 했다가 잘 살고 싶다고 노래했다.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싶어 걷고 숨 쉬고 일기를 썼다. 날 적은 시간이 보살핌의 전부라는 걸 알아채고 쓰기를 멈추지 않은 것에 고마웠다. 직장인이 된 후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찬 증상이 종종 나타났지만, 비행기에서 내려야겠다고 짐을 들고 뛰쳐 나오긴 처음이었다. 스스로 통제가 안되는 몸의 증상, 어쩌면 마음의 병, 뇌의 이상 뭐가 됐든 이상하지 않은 아무튼 그것들이 통제가 안 됐고,, 당황스럽고 아팠다. 같은 비행기 탑승자들은 영문을 모른 체 대기 중이라, 눈물이 흐르고 심장이 요동치는 그 순간에도 아..
치앙마이 여행 중에 알게 된 여행의 이유 마음속에 불쑥 떠오르는 생각을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믿을지 말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미운 날 사랑하는 일, 세상에 기여하는 일 내가 매일 반복하는 생각이 결국 나다. 이 사실을 알고 부터 두서없이 시끄럽게 떠드는 생각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끼어들곤 한다. 자, 다시 생각해보자. 오늘 여행은 작은 결정들이 번복되는 연속이었다. 여행지의 새벽을 특별히 좋아하는 내가 새벽 산책길에 카메라 배터리를 잊고 출발했으니 자책했다. 추가 체크인을 현금으로 결제했다가 와로롯 시장에서 쇼핑을 제대로 하느라 남은 일정 버틸 현금이 부족할 것이 우려돼 데스크로 가 체크인을 카드로 다시 하겠다고 사정했다. 두루 검토하고 내린 결정이 번복될 때 쉽게 자책하고 또 쉽게 깨닫는다. 그만..
뉴욕 여행, 우리 집 할렘 104 street 1st Ave. 2014. 6. New York 뉴욕 여행 경비 30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뉴욕행 역시 급하게 결정됐다. 이스트할렘의 건물 폭파 사고가 나기 하루 전날, "그래, 까짓 가자. 다 사람 사는 곳인데 얼마나 위험하겠어!" 호기롭게 그곳의 한 스튜디오에 예약금을 보냈다. 함께 간 슈테른 일행은 보름 남짓, 후발 주자인 난 일주일 남짓 머물게 될 곳이었다. 맨하튼 중심부에서 떨어진 이곳에 머문다면 5명 총 숙박비의 300만원 가까이 아낄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할렘이라면 수년 간 봐온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허리춤에 총 한 자루씩 찬 흑인들의 무법 천국이 아닌가. 우리가 가는 곳이 이스트할렘이라고 불린다지만 결국 할렘이 아닌가. 한번 키워진 걱정은 잦아들 기세 없이 빵빵하게 부풀었다. 나름 오랜 기..
다섯 살 아들과 제주도 한 달 살기, 우리가 얻은 것들 2012년 5월 41개월 아들과 뱃속 8개월 아들 둘을 데리고 제주도로 향했다.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회사원 생활 중 처음으로 긴 휴식을 가지기 위해서라기보다 사이가 벌어진 큰 아들과 친해지고 싶어서였다. "4살이 되기 전에는 데리고 와야 해" 아이 낳고 한 달 만에 할머니 품에 안기고 다시 회사로 출근했다. 할머니 댁이 전라도 광주니까, 매주 가던 게 격주가 되고 어떤 때는 한 달에 한 번이 되기도 했다. 갈 때마다 눈동자부터 발가락까지 전부를 동원해 환대해 주던 아들을 꼭 안던, 아니 어쩌면 내가 아들 품에 꼭 안긴 둘의 연결감이 생생하다. 당시 영화 마케터였던 나는, 워낭소리가 개봉 전 시사회 관객들의 눈물 바람을 일으킨 현장에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꼈고 아니나 다를까 100만 관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