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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알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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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tic Love & 타이거JK 아주 가끔 뒤숭숭한날.. 모든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날 거울 앞에 서서 살짝 리듬을 탄 적은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아주 조용히 혼자만 있는 공간에서 숨죽이며 비밀처럼 춤을 췄었다. 그렇다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해마다 열리는 뜨거운 파티 ‘시네마틱 러브’ 에 가고자 마음먹은게 대놓고 춤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타이거 JK를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의 목소리로 터져 버릴 것 같은 심장을 만지고 싶었다. 나 역시 드렁큰타이거의 음악들을 꽤나 외우도록 듣고 자란 그의 팬이다. 그를 보고 난 다음날 밤이던가 그가 꿈에 나왔다. 나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리곤 .... 사라졌다. 또 다시 잠에 들고 싶을만큼 못이룬 사랑이 아쉽다. 언제부턴가 잠 속의 꿈 뿐만 아니라 현실 속의 꿈들도 가파르게 ..
PIFF2009. 퀵아저씨에서 게이커플까지 하늘이 뚫린 듯 비가 퍼붓던 날, 퀵 아저씨가 장판같이 두껍운 우비를 걸치고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땅이 꺼질듯 거친 한숨을 내뱉고는 그가 말했다. “오늘 또 한명 갔어. 젠장. 아 진짜 조심히 좀 다니라니까. ” 누군가 빗길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얘긴가 보다. 무슨 말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빗길인데 조심하세요.” 라고 겨우 소리 내었다. 단편영화 에는 길가에 서서 우유와 빵조각을 입 안에 쑤셔 넣는 걸로 끼니를 대신하고 급하게 다음 배달 장소로 떠나는 퀵 기사가 등장한다. 여기저기서 ‘빨리빨리’를 외치는데 하필 이때 오토바이가 멈춰 선다. 다른 방도가 없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죽을힘을 다해 달리다가 급한 대로 택시를 잡아탄다. 하지만 이미 늦을 대로 늦은 뒤. 이게 얼마나 중..
PIFF2009. 편안한 사이 Comfortable Distance 눈을 뜨고 감는 것만 제 의지로 가능한 남편. 아픈 그의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주는 아내.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노부부의 하루하루는 짙은 안개에 휩싸인 듯 회색빛이다. 어느날 아내는 남편의 친구였던 그와 점심을 약속했다. 이내 즐거운 말동무가 된 두 사람은 조금씩 한 낮의 짧은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어둑한 일상에 붉은 감정이 들어선 순간. 문득, 아내는 집을 나서며 립스틱을 꺼내 바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과 뿔뿔이 흩어져버린 줄만 알았던 설렘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그날, 아내는 불안한 눈빛으로 “요 며칠은 내 인생에서 정말 특별했어요. “ 라고 입을 열었고. 그녀의 복잡한 심정을 함께 느꼈을 그는. “당신 남편이 지금 어떤 마음일지 생각해봐요. 아마도 당신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
'섹스'로 가질 수 있는 것, <S러버> 당당히 밝히기 뭐한 나이가 되니까 신기하게도 인간관계가 자동으로 정리가 된다. 원래 친구가 많지 않기도 했지만, 가끔은 외롭도록 혼자인 시간도 많지만 그렇다해도 마음이 동행하지 않는 관계를 힘들어하는 성격상 이건 잘된 일이다. 참, 멋스런 영화 를 보고 왜 이렇게 글 문을 여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사랑도 우정도 돈 앞에 무너지는 영화 속 관계도에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이들이 종횡무진 등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S러버 줄거리바로 가기 제아무리 섹시 절정의 애쉬튼 커쳐라 해도 난 그가 (제작자로써) 창조해난 인물 ‘헤더’ (마가리타 레비에바) 와, 그녀의 마지막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영원한 사랑이나 조건 없는 사랑 같은 구닥다리 이야길 하자는 건 아니다. 그저, 섹스와 사랑이 크게 ..
Gray 브래드 피트 Images: Mr Paparazzi/Big Pictures Words: Laura Perks 세월도 비껴갈 줄 알았던 내 사랑 빵 피트군이 회색 빛 수염을 턱에 달고 나타났다. 당장 사랑하재도 서슴없이 ‘콜’ 할 수 있는 오직 하나뿐인 당신, 이지만.... 꽤 급히 늙어버린 모습에 놀란 건 사실. 10살 때부터 짝사랑한 오빠가 마흔이 돼 소금과 후추를 뿌려 논듯 희끗한 머리를 하고서 나타나착잡한 가슴 모르는 척 쓸어내리는... 심정 같은거. 사실 만물이 나고 또 지는 이치에 따라 늙는 것인데 놀랄 일도 아니다. 내 눈가에도 어느새 잔주름이 자글자글한데 그의 회색빛이.. 어쩌면 위로 가 됐을지도. '당신과 나. 우리 함께 늙고 있군요.'
영화 <애자> 에서 울 엄마를 떠올리다 영화 를 보고 새삼 '엄마'가 그리웠다. 그런데 가슴 한쪽에 묵직이 올려뒀던 '엄마'의 그리움은 놀랍게도 채 일주일도 안 돼 차츰차츰 잊히고 있다. "엄마… 뭐해. 영화 같이 볼까?" 하고 넌지시 아양을 떨고자 다짐한 것도 이것저것 하다 보니 짬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잠시 묻어 두었다. 이런…. #1. 영화 속 대사 한껏 늦잠을 자고 있는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잠결에 발신자를 확인한 애자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핸드폰을 집어 든다. 애자 : "쫌 자자!!" 엄마 : "아가… 어매 병원 좀(수화기 너머로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애자 : "엄마… 엄마." 나 역시 '애자'처럼 휴대전화 액정 화면에 '엄마'라고 뜰 때면 괜스레 부루퉁한 목소리로 "엄마 왜? 나 바빠"라고 말문을 떼기 일쑤다. 엄마는 나..
부산이 오고있다 2007년 부산에서 부산이 오고있다. 낮에는 영화와 바다에.. 밤에는 소주와 바다에 풍덩 할 수 있는 곳... 파도소리 들으며 잠들수 있는 꿈같은 시간... 달떠 달떠 달떠...
마음도 나이를 먹나요? 스무 살, 그 찬란한 나이를 청춘이라 찬양하여도 그들은 과거의 어떤 하루를 추억하며 살지 모른다. 서른을 갓 넘긴 이는 청춘 즈음을, 마흔 무렵의 누군가는 서른의 어디쯤을 사무치게 그리워할지도... 그렇다면 쉰을 지나 환갑이 된 우리의 심장은 과연 어디쯤에서 두근거리고 있을까. 여기 머리가 하얗게 샌 박선생과 고여사가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두 (마음만은) 젊은 노인은 곧 추억이 되고 말 하룻밤을 위해 기력을 다해 최선을 다한다. 세월 앞에도 지지 않은 두 남녀의 눈치코치가 총 동원된 저녁 나절, 황혼의 로맨스는 이루어질 수 있을까. 아주 오랜만에 세 명의 여고 동창생이 모였다. 셋 모두는 겉으로 보기에 별일 없이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열정이 증발한 결혼 생활로, 무겁고도 지루한 일상의 반복으로 지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