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글을 읽을 수 있을 때쯤
이른 감이 있다면
동화책을 읽고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때쯤
이분법의 선악 구조 말고도
여러 가치로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쯤.
아마도 열 살. 열한 살쯤
2010년에 엄마를 놀라게 한 이 영화를
꼭 보여줘야지 생각했었다.
지난 주, 한 시사회 현장에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몇몇은 눈시울을 붉힌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2>의 감동이
지금까지 마음 한 구석에 그대로 자리해 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레드 콤플렉스에서 자유로운가.
영화를 본 뒤 스스로에게 여러차례 질문도 던져본다.
이념과 신념, 경계인에 대한
그간 미처 진지해지지 못했던 주제들이
가깝게 다가와 살갗을 깊숙이 파고드는 영화 <경계도시2> .
놀라운 건
<경계도시2>가 15세 관람가라는 사실이다.
누군가의 기준에 의해 영상물을 심의하고 판단해
관객의 볼 권리를 박탈하는 심의제도에 대한 비판은
워낙 근본적인 문제니 차치해 놓자.
영등위에서 밝힌 바
<경계도시2>의 심의 결과는 이렇다.
'주제, 내용, 대사, 영상 표현에 있어
사회에서 습득한 지식과 경험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것을
제한적이지만 자극적이지 않게
표현한 수준으로 15세 이상 청소년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
과연 '영화의 수준'과 '15세'를 동등하게 적용한
영등위의 판단은 정당한가.
아무리 양보해도 긍정할 수가 없어,
언젠가 아들에게 보여줄
필견의 영화리스트에 <경계도시2>를 올려놓는데
더이상 나이 제한 따윈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어떠한 선정, 폭령성도 배제된
그저 훌륭해 마지않는 다큐멘터리에게 부끄러운 자의적 판단으로
관객 일부를 떼어놓고자 한 영등위를 부끄럽다 기억하면서.
훗날 아들에게 이 짧은 단상까지 얘기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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