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캐리 멀리건)의 나이는 17살. 한국나이로 치면 18살쯤. 그때 난 즉석떡볶이, 스티커사진, 브래드피트, 스크린, 로드쇼 같은 것에 빠져 살았다. 가끔 일탈을 꿈꿀 때도 있었지만 기껏 점심시간에 학교 담을 넘어 친구 집에서 라면을 끓여먹거나 명동에 나가 핸드폰 줄을 사오는 걸로 만족하곤 했다. 제니처럼 친구들과 러시아제 담배를 나눠 태우며 파리의 환상을 노닥거리는 것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때 난 남자가 뭔지도 몰랐고, 책을 나눠읽을 이성 친구 하나 없었다. 헌데 제니는 진짜 남자 데이빗(피터 사스가드)과 대화도 나누고 데이트 날을 잡고 예쁘게 치장하고 꿈같은 파리 여행도 떠난다. 아 물론, 첫날밤 아닌 첫날밤도 함께 보낸다.
이 모든 게 너무너무 부러워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한 것 같다. 제니의 수줍은 미소와 데이빗의 유쾌한 농담으로 점철된 첫 만남 장면에선 거의 넋을 놓았다. 상큼한 제니의 미소가 내 것인 양 시공간을 무시한 채 영화에 푹 빠졌다. 곧 제니가 마주칠 진짜 현실을 까맣게 모르고서.
남들처럼 무난해 별 감동도 깨침도 없던 지난날을 비춰보면, 제니의 경험들이 (비록 행복과 불행의 극단을 오갔더라도) 분명 그녀에게 사랑과 욕망 같은 감정을 직시하고 또 견제하는 힘을 얻게 해 줬을 것이다. 오드리 헵번이 졌을 법한 해맑은 웃음을 보이며 모든 걸 포기하고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것에 주저하지 않은 순수함은 곧 현명함으로 성숙됐을 것이다.
나의 과거에게 이 영화를 주고 싶다. 감정의 실타래 속에서 생고생하는 사춘기의 여고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혹 더러운 경험으로 인생 망쳤다고 생각하는 안타까운 소녀들도 주저 말고 이 영화 꼭 보길 바란다. 실패는 언제나 도약하는 계기를 준다. 제니처럼.
<언 애듀케이션>은 영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린 바버의 실화를 닉 혼비가 각색한 작품으로, 3월 18일 정식 개봉한다.
나의 과거에게 이 영화를 주고 싶다. 감정의 실타래 속에서 생고생하는 사춘기의 여고생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혹 더러운 경험으로 인생 망쳤다고 생각하는 안타까운 소녀들도 주저 말고 이 영화 꼭 보길 바란다. 실패는 언제나 도약하는 계기를 준다. 제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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