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관찰한 결과 인간은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 발버둥치는 순간을 반드시 맞는다. 삶을 사랑한다는 말은 다시 시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나는 무슨 일을 겪든 다시 시작할 마음 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무튼 메모. 정혜윤
다시 시작한다. 이 마음으로 매일 아침을 맞는다. 사랑의 기회이자 일상의 안부이고 죽음의 예고 같아서 아침을 다정히 맞는 편이다. 아침에는 늘 나 자신과 다투는 말들이 부유하지만 가장 선명한 것 하나를 선택해 주어진 시간을 보내자 다짐한다. 다시 사랑을, 꿈을 꾼다.
이런 내가 미라클 모닝 이란 책을 만난건 어쩌면 당연한 끌림이다. 이 책을 정독하고 매일 아침 침묵, 확신의 말, 시각화, 운동, 독서, 일기쓰기를 10분씩 한 지 한달이다. 시작 첫 날부터 오늘 아침까지 무릎을 펴고 일어나 이불 밖을 걸어 나오기까지 몸의 저항이 없다. 물론 가라앉은 날도 있지만 여섯 가지 일을 끝내면 적당한 쾌활함이 채워진다.
기꺼이 몸을 일으켜 따뜻한 물 한잔 가득 담아 요가 매트 위에 앉는 것이 매일 아침 첫 의식이다. 컴컴한 늦은 밤과 이른 새벽의 중간쯤을 편애하지만 타이머의 도움 없이 눈을 뜨고 그 시간이 언제든 늘 비슷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새와 바람 소리, 바람결에 나뭇잎이 떨리는 소리, 파도 소리, 모닥불 소리로 내 안의 언어들이 잠시 침묵하도록 두고 두 눈을 감는다. 깊이 숨쉰다.
명상이라는 잘 모르는 세계를 어렴풋이 흉내내는 이 시간 만큼은 노력없이도 날 이해해주는 스승 연인 솔메이트 곁인 듯 그대로를 내보인다. 아주 가끔 정말 운이 좋은 날에는 온전한 ‘무'의 상태가 되는데 사라지고 잊혀지고 지나는 일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짐작하게 된다.
다음으로 몸을 움직여 땀을 조금 내는데 먼저, 괴로울만큼 종아리를 쭉 늘려 3분간 머문다. 눈물이 핑 돌고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심정으로 버틴다. 정수리 끝까지 뜨거워지다가 등줄기에 땀이 쭉 맺힌다. 무릎을 바닥에 대고 허리를 뒤로 젖혀 두 팔로 발목을 잡으면 배와 허벅지에 센 힘이 쓰인다. 평생 쓰임 당해본 적이 없는 영역의 근육들이 힘을 발휘해 버틴다. 이어서 찾아오는 희열감 때문에 그만 둘 수가 없다. 이젠 하루 일과 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 되었다. 몸과 마음은 연결돼 있음을 이 짧은 몇 가지 요가 동작으로 실감한다. 늘 붓고 뻐근한 몸 구석구석이 안온하다.
읽고 쓰는 일도 이어 한다. 어떤 날에는 읽은 글을 그대로 받아 적고 어떤 날에는 헝크러진 말들을 쏟아낸다. 그렇게 적어 놓은 일기가 열두 장이다.
10. 8.
미라클 굿모닝
늦게 깼다. 일찍 깨도 늦게 깨도 반가운 일이다. 밝아오는 해의 기운 아래 긴 호흡과 뭉친 몸을 풀어주면 순간은 괴로워도 한결 가뿐하다. 이 아침이 살아있고 건강하다. 오만하지 않고 당연하지 않게 감사하게 된다.
오늘도 아름답다.
10. 13.
영혼이 비틀대고 번잡스럽다. 미학과 우아함과는 거리가 멀다. 찌뿌둥한 몸과 마음 그 시작이 나에게서 출발이다. 내가 빠진다면 그 자리에 공감과 이해가 들어설 게 분명하다.
“괜찮다. 내 마음은 우주보다 크고 거기에는 울음의 자리도 넉넉하다.”
10.14.
늘 지금 여기에서 고마움과 애틋함을 챙길 것이다.
나를 비우고 별들을 받을 것이다.
10. 19.
매 순간 방향을 선택한다. 행복을 목표로 삼는 방향이 아니라 앞에 펼쳐진 모든 가능성 중에 가장 선한 길을 가리키는 화살표를 따른다. 나의 최선과 당신의 최선이 마주하면 우리는 더는 행복에 기댈 필요가 없다.
10.23.
사실 무의식은 모든 면에서 의식보다 지혜롭다.
10. 25.
말이란 듣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와의 대화가 기쁜 것이어야 한다. 언어를 좋은 그릇에 담아 상대에게 기분 나쁘지 않게 전달하는 것. 언어 외적인 정서. 삶 속에서 경작된 그 사람의 인품과 체온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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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 모닝을 쓴 할 엘로드는 여섯 가지 아침 습관만으로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독자를 설득한다. 요즘 세상이 성공을 돈과 명예 정도로 정의하도록 쉽게 쓰여 문제지, 우리 모두의 성공에 귀기울여 보면 소박하고 일상적인 것이겠지. 나에게 성공도 나답게 머무르는 것이라면 미라클 모닝이 성공에 닿도록 도움을 줄 게 분명하다.
마음이 다쳤을 때, 고독할 때, 불편한 진실 앞에서 솔직해도 괜찮은 순수한 아침 시간을 가지는 요즘 그 어느때보다 충분하다. 모두들 미라클 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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