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밀조밀 견고한 연출력을 펼쳐 보인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함께, 주저함 없이 마력과 같은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를 보았다. 마치 꽃이 피고 지고 또 피는 것같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말았다. 지금까지도 그녀의 모습이 잔상으로 남아있다.
그녀, 페넬로페 크루즈의 연기를 영화로 볼 수 있는 건 행복한 일이다. 아니 어쩌면 그녀와 동시대를 살고 있다는 건 영광인지 모른다.
<브로큰 임브레이스>는 영화와 사랑이라는 큰 밑그림 위에 마티스의 그림에서 볼 법한 강렬한 색으로 애정과 애증을 칠해 놓은 영화다. 영화 속 영화감독은 (어쩌면 페드로 당신을 닮았나요) 작품 속 여주인공(페넬로페 크루즈)과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놀라운 점은, 이 둘의 사랑이 어느 모로 보나 용납될 수 없는 관계로 출발함에도, 둘은 조금의 고민 없이 마음을 따라 몸을 내던진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때문에 ‘씨네21’ 에서 황진미 평론가가 남긴 ‘이토록 에로스를 긍정하는 감독이 또 있을까?’ 이 한 줄은 영화의 엑기스를 콕 짚어 명쾌함을 준다.)
온갖 구차하고 너저분한 감정들마저도 결국 ‘사랑’ 으로 포용한 것과 무조건 감정에 솔직하게 행동하는 등장인물들에게서 연륜 깊은 감독의 철학이 엿보인다. 영화의 비극이 꼭 슬프지만 않은 것도 물론 영화라는 허구를 현실이라 믿지 않기 때문이지만, 에로스를 긍정하는 감독의 메시지를 믿고 싶어서인지 모르겠다.
* 마침, 광화문 씨네큐브에서는 12/3일부터 <Red & Red 페스티버 : 열정이라 불리는 그들>
** 예고도 없이 심장에 콕. 자국을 남기는 소중한 작품을 계속 만나고 있다. <브로큰 임브레이스>가 그렇고 <여행자>가 그렇고 <환상의 빛> <더 코브>가 그렇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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