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곳에>는 메가박스 16개관을 통째로 빌려 무려 4300명이 모인 대규모 VIP시사회를 열었다. 반면, 저예산의 독립영화들은 VIP시사회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시사회를 준비할 때조차 극장 대관료를 할인 받을 수 있는지, 독립영화전용관에서는 20만원에 대관이 가능한데 15만원으로도 깎아지는 등을 따져 아끼고 쪼개어 빠듯한 홍보 예산을 맞춘다.
사실 독립영화는 기획 초기부터 개봉을 염두 해 두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개봉 준비에 필요한 여러 가지 것들 - 예를 들어 메이킹 필름이나 작품 현장 스틸 같은 것- 을 미리 준비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것은 깜빡 놓친다는 개념이 아니라 예산상 따로 메이킹 기사나, 스틸 기사를 섭외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일거다.
이런 이유로 독립영화 또는 저예산 영화가 운 좋게 개봉 기회를 잡았더라도 홍보에 들어가면 예기치 못한 애로사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대표적으로 영화 포스터나 전단 등에 쓰일 작품 스틸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활용할 것이 적기 때문에 디자인 적인 한계에 일찍 부딪히게 되고 결과물이 적당한 선에서 '어쩔 수 없이' 타협되는 경우가 잦게 발생하게 된다.
8월에 개봉하는 영화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후, 근 1년 만에 개봉하게 된 순 제작비 1억원 규모의 저예산독립영화다. 이 영화는 개봉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영화진흥위원회의 개봉지원프로그램 중 하나인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 개봉지원작으로 선정돼 덕분에 극장 개봉이 확정됐다. <여기보다 어딘가에>의 개봉으로 올해 처음으로 몇 천 만원 단위의 홍보 예산을 들이는 나름 중간 규모 이상의 마케팅을 준비하게 됐다.
언제나 작품 스틸이 넉넉지 않아 허덕여 하던 디자이너와 처음으로 사진 작가를 물색하고, 촬영 장소를 섭외하고 포스터 촬영 일을 잡는 그야말로 신명 나는 일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주연 배우인 차수연의 근황을 살피고 그의 매니저와 일정을 조율했다. 차수연이 배우 하정우와 함께 영화 <보트>의 주연으로 캐스팅되면서 해외 촬영이 잡혀 있는 바람에 준비 일정에 더욱 가속도가 붙어 정신 없이 하루 이틀을 보내게되자 왠지 모를 쾌감까지 느껴졌다. 무엇보다 아무런 제약없이 영화의 컨셉과 분위기를 분석하고 오직 관객을 위한 포스터 디자인을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어 행복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포스터가 바로 이거다. 꿈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들어가는 스물 여섯 살 수연이 파란 하늘 아래서 희망 찬 꿈을 그리는 순간을 담은 이미지가 영화를 오롯이 설명해 주고 있다.
이십 대. 우리는 어쩌면 재능도 열정도 확신도 없지만, 그래서 가끔 두렵고 방향을 잃지만 그래도... 꿈꾸라고 말해주는 <여기보다 어딘가에>의 얘기처럼. 작은 영화도 큰 영화 못지않은 관심과 사랑을 그리고 소규모라도 영화가 야물어질 수 있는 창의적인 홍보 방식을 누릴 날이 올 거라고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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