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풀니스의 다른 이름은 마음챙김 명상이다. 명상이라고 하면 왠지 의심스러운 눈으로 볼 수도 있다. 종교적인 것 같다는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뇌는 체중의 2퍼센트정도의 크기지만 신체가 소비하는 전체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사용하는 대식가다.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는 뇌 회로에 사용된다. 이는 뇌의 안쪽 전전두엽과 후방대상피질, 설전부, 하두정소엽으로 구성되는 뇌내 네트워크로 뇌가 의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을때도 작동하는 기초활동이다. 자동차의 이아들링(공회전)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우리의 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공회전하며 에너지를 쓰고 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뇌가 소비하는 전체 에너지 중 무려 60-80퍼센트를 사용한다. 가만히 있어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뇌는 점점 지치고 만다. 하루 종일 가만히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피곤하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스스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지 않았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느끼는 피로감은 뇌의 현상이다. 뇌를 쉬게 하는 뇌 휴식법을 익히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며 나아가 집중력과 일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최근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마인드풀니스는 한마디로 명상을 통한 뇌 휴식법 전반을 의미한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명상 실천자였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또 구글에서도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SIY, Search Inside Yourself’ 라는 마인드풀니스 사내 연수 프로그램을 실시해 실질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단언컨데 궁극적인 휴식은 단순한 ‘충전'이 아니다. 뇌는 변화하는 성질, 즉 뇌가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지치지 않는 뇌로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
마인드풀니스의 선구자인 존 카밧진은 마인드풀니스를 ‘순간 순간 일어나는 생각이나 감정 및 감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면서 판단을 더하지 않고 현재를 중심으로 또렷하게 알아차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10년 이상 명상 수행을 해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할 때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측정했는데 전전두엽과 후방대상피질의 활동이 줄었다. 이 부분은 기억과 감정, 그리고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를 관장하는 부위로 마인드풀니스가 뇌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좋은 예다. 뇌의 공회전 중에서 떠오르는 과도한 잡념이야말로 뇌 피로의 최대 요인 중 하나이고, 그 잡념을 콘트롤하는 것으로 뇌를 쉬게 하는 것이 마인드풀니스의 기본 원리라는 것을 한 번 더 기억하자.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흔히 ‘그때 그렇게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반추사고 rumination 경향을 보인다. 이런 사과 패턴 역시 뇌 피로의 직접적인 원인이면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관련성이 있다.
존 카밧진은 마인드풀니스 스트레스 저감법을 8주동안 실행한 결과 대뇌피질이 두꺼워졌다는 걸 밝혀냈다. 명상 이후 뇌의 기능이 향상된 것이다. 노화로 인한 뇌 수축에도 효과가 있고 특히 기억에 관련된 뇌 부위가 강화되었다는 내용도 보고되었다.
마인드풀니스의 시작은 내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좋은 호흡 나쁜 호흡은 없다. 자연스럽게 내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호흡과 호흡 사이에 짧은 틈이 있는데 호흡 하나하나의 깊이와 들숨과 날숨의 온도 처럼 미세한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가져보자. 어린아이가 늘 눈앞의 것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듯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 지금, 여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되찾는 실천법이다. 하루 5분이든 10분이든 매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한다. (뇌는 습관을 좋아한다.) 다시 한번 더! 마인드풀니스란, 평가나 판단을 더하지 않고 지금 여기의 경험에 능동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마인드풀니스를 통해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대상에 완전히 빠져들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몰입flow 을 경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고의 스포츠 선수가 세계 기록을 낼 때는 극도로 집중력이 높은 상태가 되는데 그걸 더 존이라고 부른다. 그것이 바로 몰입의 상태인데 업무 영역에서도 이런 몰입 상태가 가능하다. 릴렉스와 집중이 공존하는 의식 상태를 말한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를 관장하는 후방대상피질은 자기 자신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기능도 담당한다. 나에게 주의를 기울인다는 건 지금 이 일을 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자기 의식을 의미하는데 일에 온전히 빠져든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인지하는 상태. 즉 몰입의 반대편에 선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잡년이 파고들어서 성과도 떨어기제 된다.
마인드풀니스 호흡법에 라벨링 방법을 더해 호흡하면 마음의 긴장을 풀고 집증력을 높이는 데에 효과적이다. 그저 자기 호흡에 하나 둘 이렇게 열까지 번호를 매기고 다시 하나로 돌아가면 된다.
마인드풀니스는 불안 같은 뇌의 스트레스 반응에도 효과가 있다. 3개월 이상 마인드풀니스 명상을 한 사람의 경우 전두엽과 편도체의 평등하고 건설적인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전두엽은 인간의 이성, 편도체는 공포의 대상 등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는 감정 혹은 본능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마인드풀니스를 통해 전전두엽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도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활성화된 편도체를 진정시켜주는 데 영향을 미친다.
잡념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해볼만한 몽키 마인드 해소법을 소개한다.
버린다. 사고에 라벨링을 해서 여러번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이제 그만하고 사고를 머리 밖으로 내보낸다고 상상한다.
예외를 생각한다. 같은 생각이 나타나는 것은 같은 전제를 두기 때문이 아닌지 생각한다.
현자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내가 존경하는 인물이라면 어떻게 할지 떠올려본다.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는다. 지금, 여기 이외의 기준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원인을 찾는다. 그 생각이 여러 번 나타나는 원인을 찾아본다. 자신의 깊은 욕구와 비교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잡념이 들어설 때는 잡념이라는 열차가 나라는 플랫폼을 통해 지난다고 인식하는 것, 인지행동요법적 접근을 통해 벗어날 수 있다. 잡념의 고리는 수면(뇌의 세정작용)에 방해가 된다.
또한 화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뇌가 발동하는 일종의 긴급모드다. 편도체가 화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편도체는 외부로부터 과도한 자극을 받으면 뇌 전체를 지배하며 폭주를 해버린다. ‘편도체 납치’라고도 하는데 이게 사실 화의 실체다. 편도체가 과잉으로 활성화되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뇌의 사고활동이 억제되기 때문에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하다. 화를 대처하는 마인드풀니스 방법은 화가 나는 것을 알아차리고, 화가 나는 걸 받아들이고 내 몸의 변화를 살펴보고 화나는 것과 스스로를 동일시하지 않고 분리하는 방법이다.
목적의식과 화의 관계도 재밌는데, 늘 목표만 의식하는 상태, 무언가를 완수하는 것에 얽매인 상태를 과제 지향적이라고 한다. 흔히 산에 오를 때 주위 풍경도 보고 발 아래 펼쳐진 풀과 꽃도 봐야 즐거울텐데 정상만 보고 간다면? 산을 오르겠다는 과제에만 집중하면 조급한 마음, 그걸 해소하지 못하면 분노가 생기게 된다. 과제 지향적 성향이 과하면 마음에 여유가 사라지고 분노가 자란다. 목사가 되고자 하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00시까지 다음 교실로 이동하세요라고 전하고 다른 한 그룹에는 시간을 정하지 않은 채 이동해야 할 교실만 알려줬다. 이 두 그룹이 이동하는 도중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과 우연히 부딪히게 했다. 두 그룹 중 시간을 알려준 그룹의 학생들은 그 사람을 돕지 않고 지나쳤다. 과제를 의식한 나머지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것으로 그 순간 자신이 되려는 목사라는 일의 본질까지 놓쳐 버린 것이다.
회복탄력성resilience 은 본래 복원력을 의미하는 물리학 용어인데 긍정 심리학 분야에 접목되면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마음의 힘, 마음을 평소 상태로 되돌리려는 힘을 의미하게 되었다. 회복탄력성이 낮은 마음은 일정한 힘이 가해지면 맥없이 꺾여버리지만 회복탄력성이 높아지면 쉽게 꺽이지 않는 대나무처럼 유연한 마음을 가실 수 있다. 전방대상피질은 우울증 환자의 경우 거의 활동하지 않는 뇌 부위로 낙관적, 긍정적 사고방식이 스트레스에 강한 유연한 마음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낙관주의적 사고는 인간 진화의 산물이며 낙관주의가 스트레스를 줄여 건강에 도움을 주고 인간이 새로운 모험을 감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회복탄력성을 단련하는 평정명상은 신경 쓰는 일, 불안한 일을 마음에 그리고 난 후 ‘어떤 일이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 이라고 읊어 보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스트레스에 저항하는 마음 사이에 균형을 만들 수 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는 것도 진정시킬 수 있다. 물론 평정이 찾아오지 않을 수 있지만 괜찮다. 지금은 그렇다는 걸 받아들이기만하면 된다. 울트라 마라톤 경기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심리는 회복탄력성의 본질과 통하는 부분이 있다. 지속성 끝없는 호기심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대다마함 고통을 견디는 힘 등 다양한 특성이 있는데 한 가지 공통적인 건 눈 앞의 한 걸음 한 걸음에 초점을 맞추는 일이 있다는 거다. 일부러 먼 곳을 보지 않고 지금 여기에 초첨을 맞추는 능력이 중요하다.
마인드풀니스는 통증에도 효과적이다. 마인드풀니스를 하면 통증 조절에 관계하는 전방대상피질과 섬피질의 활동이 증가하고 신체의 감각을 관장하는 감각 영역의 활동은 저하된다. 흥미로운 것은 마인드풀니스를 오랫동안 해온 사람의 경우 전두엽의 활동은 감소하고 섬피질과 감각 영역의 활동은 증가했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그 사람들의 뇌는 통증을 전두엽에서 의식적으로 조절하기보다 통증 자체를 받아들이면서 대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통증 조절에 효과적인 마인드풀니스 방법에는 아픈 곳에 의식을 집중하는 바디스캔이 있다.
마인드풀니스로 치유되는 건 개인만이 아니다. 확정하면 조직과 사회를 치유할 수 있다. 마인드풀니스의 궁극적인 형태는 사회공헌인 셈이다.
<최고의 휴식> 구가야아키라
명상이 뭔지도 모르면서, 아침마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먼 하늘을 보고 깊이 숨을 쉰 지 두 달이 지났다. 매일 앉다가 명상이 뭘까 궁금해져 틱낫한의 앉기 명상이란 책을 매일 조금씩 읽었다.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라는 말로 시작하는 책이었다. 숨에만 집중하기 위해 노력하거나, 가까운 사람부터 아주 먼 사람까지 떠올리며 평화와 감사를 비는 마음을 보내는 자애명상을 실천해보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기쁨을 내쉴 때마다 고요와 이완을 상상하며 숨을 쉬는 것만으로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느끼며 점차 매일 다른 아침이 반가워지기 시작했다. 이어 읽은 <최고의 휴식> 을 통해 마인드풀니스를 알게 되었고, 마지막 부분에 사회공헌 부분에서 틱낫한이 한 말이 떠올랐다. “한 개인이 지금 여기 존재할 때 굳건하게 온전히 살아 있을 때 집단이 처한 공동 상황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세상에 가장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내 현존의 품격입니다.”
앞으로 계속해 보려고 한다. 내 존재 그 자체로 괜찮을 수 있길… 깊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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