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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philosophy pill

STONER




스토너를 읽는데 자주 가슴이 시렸다. 그의 속을 알것 같기도 하고 모를것 같기도 했다. 가끔은 자신이 식물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통이라도 좋으니 활기를 찾을 무언가를 갈망하는 스토너에게 마음이 쓰였다. 한밤에 깨 새벽까지 줄곧 스토너와 함께였다. 그가 누구인지 소설 속 인물인지 멀리 아는 지인인지 내 안의 다른 나인지 모를 일이었다. 소설에 완전히 몰입한 깊은 밤에 죽고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절망감에 휩싸였다. 바로 그때 캐서린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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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자신이 식물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자신을 찔러 활기를 되찾아줄 뭔가를 갈망했다. 고통이라도 좋았다.

이제 마흔두 살인 그의 앞날에는 즐겁게 여길 만한 것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뒤를 돌아보아도 굳이 기억하고 싶은 것이 별로 없었다.

나이 마흔 셋에 윌리엄 스토어는 다른 사람들이 훨씬 더 어린 나이에 이미 배운 것을 배웠다. 첫사랑이 곧 마지막 사랑은 아니며, 사랑은 종착역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것.

스토어는 거의 매일 수업이 끝난 오후에 그녀의 집으로 왔다.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사랑을 나눴다. 아무리 놀아도 지치지 않는 아이들 같았다. 그렇게 봄날이 흘러갔고 두 사람은 여름을 고대했다.

사랑이란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순간순간 하루하루 의지와 지성과 마음으로 창조되고 수정되는 상태였다.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열정에서 시작된 감정이 욕망을 거쳐 깊은 관능으로 자라나 순간마다 계속 새로워졌다.

욕망과 공부.
캐서린이 한 번은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건 그것뿐이죠. 안그래요?

두 사람의 사랑과 공부가 마치 하나의 과정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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