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여덟 조각으로 살기
오늘도 새 새벽 새벽 아침 오전 점심 오후 저녁 밤의 여덟 조각으로 하루를 산다.
새새벽에 눈을 떠 핸드폰에 손이 가는 걸 알아챈다. 과거와 같은 선택이 과거에 사는 이유라면 이 새벽부터는 다른 선택으로 현재를 살 거라면서, 두 손을 가슴 위에 모으고 가만히 눈을 감는다. 원하는 나를 상상한다.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전부 거짓말이야!’ 뇌의 외침이 들린다. 이 소리까지 외면하는 것이 새 새벽의 미션이다. 잘했어!
새벽에는 제법 땀이 나게 뭉쳤던 어깨와 웅크린 허리를 쭉 늘린다. 키가 1센치는 자랐을 모짜렐라 치즈 같은 스트레칭을 해내면 기분이 한결 낫다. 얼마든지 찐따인 나를 끝까지 미워하지 않는 힘이 새벽마다의 자기 돌봄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 가진 자의 충분한 기분으로 새벽을 누린다. 곧 아침이다.
부지런히 기차역으로 향한다. 서문 시장에 봄비를 머금은 뭉근한 활기가 꽃처럼 피었다. 성실한 기운의 재래 시장 무드를 사랑한다. 마주치는 어른들의 부지런한 삶이 영화처럼 그려지만 겸손의 정신도 뾰족해진다. 물어 물어 찾은 영구 섬유 주인 어르신 두 눈 위에 다홍색 아이 섀도가 꽃처럼 앉았다. 세상에 고우셔라. 어르신도 ‘볼수록 참 예쁘다’ 하신다.
글쵸. 제가 예쁜 원단을 골랐어요.
아니, 난 원단은 평생 보고 살아서 하나도 안 예뻐.
자기 예쁘다고. 볼수록 참 예뻐.
인연이 는다. 새로운 일이 시작되고 만나는 분들이 하나 둘 셋 넷 더해진다. 아직은 어쩔 수 없이 받기만 하지만 언젠가 다 드리고 더 드리는 날이 오도록 할 거라고 이를 앙 문다.
일과 여행
일과 여행 중이다. 일과 여행을 진행 중이란 뜻과 일이란 여행을 진행 중이란 비유의 의미. 둘 다 맞다. 나는 일을 여행으로 대우하는 사람이다. 오늘의 서문시장도 일의 여행이다. 아무도 시키지 않아도 기꺼이 주말에 움직이자 계획을 잡고, 워케이션처럼 신나게 떠나자 했다. 바쁜 마음을 긴장으로 채우기보다 여유로이 비운다. 회사 생활 중에도 조용히 혼자만의 점심시간을 사수했었지. 영감을 채우는 작은 여행처럼, 때론 온전한 숨고름을 위한 피신처럼.
이제 드디어 기대와 설렘으로 일한다. 하루를 여덟 조각으로 쪼개 스스로 움직인다. 주어진 시간을 온전한 선택으로 운용한다. 매 순간 패배감과 승리감이 겨루고 결과가 전복된다. 이 스릴에 취하기 보다 지켜보며 통제한다. 기쁨의 균형을 태도 한다. 내 몸이 움직여야 일이 진행되는 작은 사업의 시작이 마치,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총기가 반짝이는 순수한 여행자, 누구의 눈치를 살필 필요 없는 당당한 여행자와 닮기를 바란다.
토스 대표 이승건이 말했다. “인간은 누구나 일하기를 즐거워한다고 생각해요. 일하는 것을 좋아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만 모두 걷어내주면 너무 열심히 일해서 몸을 망치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이 얘길 듣고 몹시 반가웠다. 일의 가치를 알고 알하는 사람의 마음이 동하는 조건을 아는 대표가 나도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구든 일하기를 즐거워한다는 믿음이 일의 여행을 가능케 할 테니까. 스스로 움직여 결과가 나기까지 지구마불 세계여행처럼 긴 여정을 즐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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