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하와이
2023년 트립풀 하와이 개정판이 나왔구나. 트립풀 하와이편의 첫 출간을 앞두고 스폿 취재를 위해 생애 첫 하와이로 떠났었다. 그 기억을 기록한다.
아름다운 바다만으로 충분한 따뜻한 섬, 신혼 부부들을 위한 천국. 하와이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이 정도가 전부였다. 인생의 첫 하와이라서 기쁘게 스폿별 취재지 정보를 챙기고 익혔던 기억. 하와이안 항공의 아기자기한 파우치 선물에 들은 여행 굿즈들에 감탄하며 도착한 호놀룰루 국제공항. 호놀룰루라고 발음하면 어깨가 들썩이고 와이키키라고 발음하면 발까지 동동 구르게 되지 않나. 하와이어로 호놀룰루는 보호받는 곳이란 의미이고 와이키키는 솟아오르는 물이란 의미라고 한다. 이토록 예쁜 말을 가진 하와이, 아 하와이.
온통 눈부신 와이키키
LA를 여행할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천사의 도시라는 애칭답다고. 이 환상의 빛과 나무와 꽃의 향연 앞에서 딱 1년만 살아보고 싶다고 무릎을 쳤었다. 하와이도 비슷했다. 바다 바다 바다. 여기도 저기도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 곁에서 태양 아래 온갖 화려한 자연이 선사하는 모든 걸 누리고자 작정한 한가한 사람들과 오래 살아보고 싶었다. 길거리의 노숙인들도 이 태양 아래에서라면 평화로운 낮잠에 취할 만큼, 이 도시는 모두를 환대했다.
자연을 누리는 대가
그토록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는 대가는 비쌌다. 취재 목적의 출장이어서 취재비가 일부 지원이 됐지만 난 늘 지원받는 비용보다 개인 경비를 초과 지출하는 인물이다. 나의 이런 특징은 매력적이고 또 비극적이다. 경험에 큰 가치를 두는 편이라고 해두자. 직접 먹어보고 입어보고 마셔보는 나 같은 경험주의자들은 돈을 솔메이트만큼 환대해 주어야 한다.
다행인 건 난 좋은 음식은 알아보는 미각을 가졌지만 비싼 음식의 위대한 점을 잘 모른다. 하와이에서 매일 아침으로 챙겨먹은 무스비는 지금까지 나에게 하와이 최고 메뉴다. 브런치 한끼 식사로 팬케이크 한 접시에 2만 원 정도는 기본 중에 기본이고, 음료와 샐러드 류를 더하면 4만 원 훌쩍 넘었던 기억인데, 물론 취재를 위해 선택된 스폿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와이 여행, 콘도형 호텔 추천
높은 물가를 감당하면서까지 하와이 여행을 떠난다면, 우리가 하와이에서 정말로 누리고 싶은 건 대자연이 아닐까. 바다 바로 앞의 비교적 가성비가 좋은 콘도형 호텔들이 많다. 음식은 만들어 먹고 집 앞바다에서 서핑하고 태닝하고 산책하는 식의 여행이라면 아들들 데리고 다시 와볼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었다. 아직도 꿈을 꾸지만, 알지 않은가. 꿈은 이루어진다는 걸.
하와이 여행과 취재의 경계
하와이에서는 줄곧 바빴다. 한 곳이라도 더 취재해야 했고 도시의 아름다운 결정적 순간을 만나야 했다.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해 알로하 스피릿의 숍과 레스토랑을 찾아 눈에 불을 켜고 뛰었다. 짧게 주어진 자유한 저녁에는 아웃렛에 들러 저렴한 리바이스들을 한껏 데려왔다. 다시 숙소 돌아와 취재한 내용을 정리하고 찍은 사진들을 폴더링하고 백업했다. 밤의 하와이에서 펍의 맥주 한잔을 하지 못한 게 내내 아쉽다. 여행과 취재의 경계란 이런 것이다. 조급함과 아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핫한 스폿을 가장 빠르게 경험하는 축복.
여행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요즘에 여행책을 들고 여행에 나서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손 안의 작은 폰이면 세상 안과 밖의 모든 정보를 가질 수 있으니 굳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안다. 나도 반짝 즉흥적인 여행을 떠날 땐 구글맵에 의지한다. 그런데 생의 첫 나라의 여행 때는 다르다. 그 도시의 지도를 머릿속에 넣고 지역마다의 특색을 구분하고 취향의 스폿을 라벨링 하기까지를 여행 준비의 시작이라고 하면 난 여행 준비의 시작을 책으로 하는 편이다. 도시 정보에 해박하고 다양한 경험을 가진 작가의 안목을 믿고, 취재한 정성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트립풀은 여행책 중에서도 사랑스럽고 세련됐다. 진부한 방식으로 도시의 정보를 꾹꾹 담기보다 유려한 방식으로 조목조목 담았다. 이 결과물의 과정에서 가장 눈부신 분들이 그 도시에 일가견이 있는 작가님들이다.
각자의 취향 그리고 방식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 도시를 사랑하고 애정해서 더 많은 분들에게 도시의 진가를 소개하고픈 작가님들의 진심은 모두 같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작가님들은 그랬다. 그들을 존경하면서 책의 완성을 위해 서포트 했던 시절, 행복했고 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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