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아무리 유쾌해도 흥행에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 홍상수의 팬층은 분명 존재하지만 일반 영화 관객들의 폭발적 지지를 끌어낼 만큼은 글쎄. 그의 팬임을 자처하는 나만해도 하하하 정말 좋지만 그렇다고 누구에게든 추천하기엔 주저되는 부분이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건, 거듭될수록 호기롭게 웃어젖히게 되는 그의 영화에 홀딱 빠진다는 거다. 지지리 궁상의 여자들은 사라지고 젊은 남녀를 딸 아들 삼는 쿨한 초로의 여인과, 바람 피고 모텔을 걸어 나오는 애인에게 "업어 줄게. 그냥 그러고 싶어서 그래." 라며 건들 줄 아는 여성의 등장은 더욱이 반갑다.
<하하하>는 하룻밤 섹스나 몰래한 키스 같은 일탈이 시각적으론 전혀 섹시하지 않지만, 심정적으로 충분히 야하게 느껴질 만큼 이야기에 깊이 몰입하는 힘이 있다. 여기서 보여주는 평범함과 일상의 사이를 넘나드는 에피소드는 꼭 남의 것이 아니다. 영화를 본다는 것이 주인공을 들여다봄이 아닌 나의 삶도 들쳐보는 판타지 같다.
'하하하'는 오래된 애인이랑 손 놓고 보며 제식대로 킥킥 웃거나, 설렘이 앞서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상대와 데이트삼아 봐야한다. 다 본 후에는 '영화 좋았지?' 같은 한 마디로 끝내기엔 무지 아쉬우니 '자! 한잔해! 건배!' 를 위해 소주 한잔 하자며 어둑한 밤길을 걷는거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진정한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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