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바라는 바가 있었다. 더 과감하게 현실을 그려주기를. <아무도 모른다>에서처럼 섬뜩한 신음소리가 심장을 타고 흐르더라도 한발 먼저 개인화되고 비극이 되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그런 면에서 공기인형은 애초부터 나의 바램을 빗겨간다. 주인공 부터가 존재하지 않는 마음을 가진 인형 이니까. 하지만 공기인형(섹스 돌)에게 마음(고코로)이 생긴다는 영화의 시작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후에 일어날 비극을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다. 감독의 전작에 비추어 봐도 그렇다. 그는 헛되이 희망을 주지 않는다. 더구나 공기인형은 막 갖기 시작한 마음을 남용해 사랑도 하려 든다. 배꼽에 공기를 불어넣어 주지 않으면 타지 않는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걸 알지만 설레어 한다. 머지않아 인형은 마음을 다칠 것이다.
그래서 <공기인형>은 잔인한 구석이 있다. 세상을 하나 둘 알아가며 하늘, 물방울, 바다, 죽음, 나이 듦을 긍정하는 공기인형에게 파멸의 기운을 드리우니 말이다. 그건 마치 마음을 저버리라는 메시지 같기도 해서 말이다.
마음이 귀찮아서 널 택한건데... 왜 마음을 가졌니...
그냥 예전으로 돌아와 주면 안 되니. 인형이었던 그때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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