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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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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바>, 지중해의 환함과 어두움 영화 는 어린 딸 메리가 자초한 사고로 시작한다. 엄마, 언니와 함께 어딘가로 향하던 메리는 지루함을 달래려는 듯 두 눈을 가리고 옆 차선을 달리는 자동차 색을 맞추는 놀이를 한다. 이상할만큼 자신보다 잘하는 언니 켈리를 시샘하다가 메리는 장난삼아 운전 중인 엄마의 눈을 가린다. “엄마도 해봐, 엄마도 해봐” ... 그리고 일어난 끔찍한 사고. 엄마는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난다. 일상에 남겨진 세 식구는 좀처럼 아물지 않는 상처를 달래기 위해 애쓰지만, 보일 듯 보이지 않게 두 아이의 자매애는 허약해가고, 그럴수록 동생 메리는 자책감으로 악몽과 환영에 시달린다. 한 순간 아내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하는 아빠 조는 두 딸과 함께 ‘아내 생각을 덜 할 수 있는’ 제노바로 떠나기로 한다. 제노바의 뜨거운 태양 ..
노팅힐, 10년 전 그들의 사랑은 그대로일까. Anna: Rita Hayworth used to say, 'They go to bed with Gilda, they wake up with me.' 리타 헤이워스가 말하곤 했어요. '그들은 길다와 함께 침대에 가고, 나와 함께 잠에서 깬다'고. William: Who wa was Gilda? 길다가 누구죠? (* 리타 헤이워스는 90년대 초반 유명 여배우. 그녀가 맡은 여 주인공 이름이 '길다' ) Anna: Her most famous part. Men went to bed with the dream and they didn't like it when they woke up with the reality. Do you feel that way? 그녀의 가장 유명한 부분이요. 남자들은 꿈과 함께 침대로..
<디스트릭트 9> 읽고 보면 더 흥미로울까 개봉영화 중에 특히 보고자 점 찍어둔 영화는 왠만하면 관련 리뷰를 먼저 읽지 않는다. 오로지 '감' 정도만 가지고 영화를 봐야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인데 만은 예외가 됐다. 한겨레21, 씨네21, 이동진 닷컴 외에도 정말 많은 곳에서 리뷰가 쏟아졌고,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글들을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별로 흥미로워 하지 않는 SF장르 영화에게 강한 끌림을 당하는 것 자체가 생경한 데, 관련 글들 역시 하루 빨리 읽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어제, 쌓아뒀던 의 글들을 차분히 읽어 내렸다. 나만의 원칙대로라면 영화를 본 뒤라야 맞는데 영화는 예매를 해 두고도 보지 못했다. 잘 안가는 극장을 찾아 가는 바람에 반대 방향 지하철을 룰루랄라 타고 가다 그만 아주 멀리..
죽기직전 그들 Just before They Died 캄캄한 밤. 흉측한 모습으로 뒤집어진 자동차 내에 두 남녀가 보인다. 안전벨트에 간신히 의지한 여자는 거꾸로 매달려 있고 제대로 앉아있는 남자는 예리한 어떤 것에 가슴팍이 찔렸다. 큰 소리로 살려달라 외치면 여자의 얼굴은 터져버릴 듯 피가 쏠리고 남자의 가슴팍에선 꾸덕꾸덕한 피가 콸콸 쏟아진다. 살고 죽는 경계에 선 둘. 여자: 너 나 좋아한다며. 남자: 누가 그래? 여자: 수정이가. 남자: 아닌데. 여자: 아니야? 그럼말고... 여자: 나중에...사람들이 왜 너랑나랑 같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겠다 ..... ...... 여자: 내가 너 좋아해. 죽기직전... 뜻밖의 고백. 순간, 남자는 있는 힘을 다해 두 다리로 자동차 문을 쾅, 내리 찬다. 커다란 쇠덩어리가 거짓말처럼 떨어져 나가고 남자는 여자를 꺼내..
PIFF2009. 퀵아저씨에서 게이커플까지 하늘이 뚫린 듯 비가 퍼붓던 날, 퀵 아저씨가 장판같이 두껍운 우비를 걸치고 터벅터벅 걸어 들어왔다. 땅이 꺼질듯 거친 한숨을 내뱉고는 그가 말했다. “오늘 또 한명 갔어. 젠장. 아 진짜 조심히 좀 다니라니까. ” 누군가 빗길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얘긴가 보다. 무슨 말로 위로를 드려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빗길인데 조심하세요.” 라고 겨우 소리 내었다. 단편영화 에는 길가에 서서 우유와 빵조각을 입 안에 쑤셔 넣는 걸로 끼니를 대신하고 급하게 다음 배달 장소로 떠나는 퀵 기사가 등장한다. 여기저기서 ‘빨리빨리’를 외치는데 하필 이때 오토바이가 멈춰 선다. 다른 방도가 없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죽을힘을 다해 달리다가 급한 대로 택시를 잡아탄다. 하지만 이미 늦을 대로 늦은 뒤. 이게 얼마나 중..
PIFF2009. 편안한 사이 Comfortable Distance 눈을 뜨고 감는 것만 제 의지로 가능한 남편. 아픈 그의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주는 아내.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린 노부부의 하루하루는 짙은 안개에 휩싸인 듯 회색빛이다. 어느날 아내는 남편의 친구였던 그와 점심을 약속했다. 이내 즐거운 말동무가 된 두 사람은 조금씩 한 낮의 짧은 점심시간을 기다린다. 어둑한 일상에 붉은 감정이 들어선 순간. 문득, 아내는 집을 나서며 립스틱을 꺼내 바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남편에 대한 죄책감과 뿔뿔이 흩어져버린 줄만 알았던 설렘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그날, 아내는 불안한 눈빛으로 “요 며칠은 내 인생에서 정말 특별했어요. “ 라고 입을 열었고. 그녀의 복잡한 심정을 함께 느꼈을 그는. “당신 남편이 지금 어떤 마음일지 생각해봐요. 아마도 당신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
'섹스'로 가질 수 있는 것, <S러버> 당당히 밝히기 뭐한 나이가 되니까 신기하게도 인간관계가 자동으로 정리가 된다. 원래 친구가 많지 않기도 했지만, 가끔은 외롭도록 혼자인 시간도 많지만 그렇다해도 마음이 동행하지 않는 관계를 힘들어하는 성격상 이건 잘된 일이다. 참, 멋스런 영화 를 보고 왜 이렇게 글 문을 여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사랑도 우정도 돈 앞에 무너지는 영화 속 관계도에 내가 싫어하는 부류의 이들이 종횡무진 등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S러버 줄거리바로 가기 제아무리 섹시 절정의 애쉬튼 커쳐라 해도 난 그가 (제작자로써) 창조해난 인물 ‘헤더’ (마가리타 레비에바) 와, 그녀의 마지막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영원한 사랑이나 조건 없는 사랑 같은 구닥다리 이야길 하자는 건 아니다. 그저, 섹스와 사랑이 크게 ..
영화 <애자> 에서 울 엄마를 떠올리다 영화 를 보고 새삼 '엄마'가 그리웠다. 그런데 가슴 한쪽에 묵직이 올려뒀던 '엄마'의 그리움은 놀랍게도 채 일주일도 안 돼 차츰차츰 잊히고 있다. "엄마… 뭐해. 영화 같이 볼까?" 하고 넌지시 아양을 떨고자 다짐한 것도 이것저것 하다 보니 짬이 나지 않는다는 핑계로 잠시 묻어 두었다. 이런…. #1. 영화 속 대사 한껏 늦잠을 자고 있는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잠결에 발신자를 확인한 애자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핸드폰을 집어 든다. 애자 : "쫌 자자!!" 엄마 : "아가… 어매 병원 좀(수화기 너머로 '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애자 : "엄마… 엄마." 나 역시 '애자'처럼 휴대전화 액정 화면에 '엄마'라고 뜰 때면 괜스레 부루퉁한 목소리로 "엄마 왜? 나 바빠"라고 말문을 떼기 일쑤다. 엄마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