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월 마지막 날.
계절 중 최고로 꼽는 가을이건만, 올해의 가을은 추레하기만 하다. 딱히 어떤 이유 때문은 아니고, 그저 마음 상태가 한결같지 못하고 들쑥날쑥 기복을 보였다. 그게 꼭 내 안의 부실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같아 우울한 기운이 몰려왔다. 어느 한날, 좌석버스 뒷자리에 앉아 친구와 이어폰을 하나씩 나눠 귀에 꽂고 들은 노래 몇 곡이 가슴을 두드렸다.
가을의 완성은 음악이었어.
한동안 멀리했던 음악들을 주섬주섬 챙겨 아이팟에 넣었다. 존 메이어부터 스노우 패트롤 마빈 게이 토이 언니네 이발관 이소라 이병우 ... 덕분에 벌처럼 맞고 섰던 쌀쌀한 가을바람이 반갑게 느껴지는 밤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을에 흔들려야 할 건 마음이 아니라 음악에 리듬 맞추는 어깨와 턱 아래 정도면 충분한 거다. 갈팡질팡 신경 쓸 일이 부지기수지만, 사실 하나하나 따져 보면 거의가 무형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바로 보인다. 이젠, 곧 사그라들 것들에 나의 서른 한 살의 막바지를 허투루 써버리는 실수를 피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존 메이어 Gravity 의 무한 반복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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