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ortrait

마지막 수업, 손홍주 인물촬영 46기

2011. 3. 겨울과


사진을 벗 삼은 뒤론 꾸준히 좋은 사진 강좌나 특강을 찾는 편이다. 달팽이 사진골방의 임선생님 수업으로 사진과 함께한 1년을 보냈다면, 2년째인 올해의 첫 강좌는 소문도 자자한 손홍주의 스튜디오 인물촬영 '46기'를 선택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에, 특히 나처럼 사회적 관계에 약해빠진 미숙인은 공동체가 주는 소속감에서 외로움을 잠시 잊는 법이다. 손홍주 선생님의 이번 강의은 내게 안식처였다. 

수업은 첫 4주를 제하곤 쭉 공덕동의 한겨레신문사 꼭대기 스튜디오에서 토요일마다 촬영실습이 자유롭게 진행됐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진 언제나 대문이 활짝 열려 있고, 마음 좋은 언니 오빠들이 사다 놓은 김밥과 빵도 한결같이 즐비했다. 주중엔 꼼짝없이 30개월 된 아기를 돌보는 욕구불만형 엄마인 난 토요일만 되면 날듯이 공덕동, 그곳으로 달렸다. 그마저도 신랑 스케줄에 맞추느라 결석이 잦긴 했지만, 느지막이 뒤풀이만이라도 부랴부랴 참석해 선생님이 정성스레 제조해주신 소폭을 들이키는 기분은... 잊지 못한다.! 

그럼에도 고백하면, 소중히 여긴 이곳에서 열성을 쏟진 못한 거 같다. 이번 강좌에 왜 그리 집중하지 못한 걸까. 이것이 이번 일주일 중 내게 던진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문제가 있다면, 나로부터 출발인가 외부요인 때문인가. 인물사진이 곧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면, 인간관계에 서툰 내겐 주어진 촬영 시간은 짧았을 거다. 혹 이 이유가 핑계라면 내 의지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진에 매진하기보다, 내 시간, 사람들, 해방감에 미리 충만한 탓이다. 그럼에도 이번 수업을 통해 얻은 소중한 배움은 있다. 찍히는 입장이 돼, 찍는 자의 자세를 알게 됐단 점이다. 덕분에 앞으로 피사체를 대할 때의 태도 혹은 마음가짐들을 잊지 않기 위해 아로새겨놓았다.  

애지중지한 이번 수업도 이틀 뒤면 마지막이다. 최종 리뷰를 마치고, 짧은 사진전을 끝내면 정말이지 모두와는 작별이다. 사진으로 우정이 연속되는 경험을 겪은 덕에 작별이 무겁지만은 않지만, 매주 홍주 선생님의 연기파 배우다운 발성과 입담을 듣지 못함은 분명 서글픈 일이다.


2011. 4. 여름 사이에서



반응형

'Portra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날 오후  (4) 2011.05.24
그의 눈물  (1) 2011.05.06
이미지비판론  (5) 2011.01.27
머물도록 하는 힘 'Rachael'  (0) 2011.01.25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2) 2011.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