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열이 좀 떨어지니 살 것 같지만 어젯밤 오늘 아침까지 죽을 고비를 맞은 것처럼 괴로웠다. 이러다 정말 죽는 건 아닌가 눈이 머는 건 아닌가 앞뒤 안 맞는 생각에 한번 발이 빠지니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39.3도. 고열이 밤새 날 덮쳤고 머리 몸 목의 각 부위가 분리돼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의 두려움을 느꼈다. 아파 봐야 건강이 중요하단 걸 새삼 느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얼마나 불만족스러워했는지. 아파봐야 그 역시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안다. 이 또한 가르침인데 이 또한 곧 잊혀진다.
다만, 우리 아이들 품에 안고 빙빙 돌아 침을 잔뜩 묻혀가며 뽀뽀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멀찍이서 바라만 보자니 속상하다. 또 센치해지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다.
우리 엄마는 내가 '엄마' 소리만 해도 '왜! 아프니?' 한다. 우리 엄마 둔감한 줄 알았는데 아니다. 무심한 딸은 엄마가 됐지만 '엄마'를 잘 알지 못한다. '넌 아니라고 하지만, 너 힘든거라고. 교통사고 날뻔한 것부터 쭉 무리했다'고. 그렇게 날 알아주는 엄마가 있어서 다행이다. 이내 눈물이 고인다.
가족이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 보잘 것 없고 하찮고 별루인 내게 그저 소중한 우리 막내딸이라 여겨주는 엄마가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아파서 죽을만큼 아파서 얻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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