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73) 썸네일형 리스트형 느린 아침의 선물 2013. 3. 흐린 봄날의 연속이다. 다가갈수록 뒤로 물러나는 게 역시 밀당의 대가! 반복의 일상에서 새 계절은 손님처럼 반가운데, 봄이라면 초록이 아쉬운 아파트촌에서 특히 더 귀하다. 이토록 자연이 삶의 일부인데 망각하고 살다 그리울 때만 찾아 나서는 건 아닌지. 온 식구가 늦잠을 잤다. 유치원 버스는 이미 떠났으니 급할 것도 없다. 느긋이 아이 등원 준비 시키고 문 밖을 나서니 새들의 지저귐에 어지러울 지경이다. 우린 아직도 쌀쌀한데 이 봄을 만끽한다는 듯. 무겁게 앉은 회색 하늘 아래서 걔들의 경쾌한 소리가 더딘 봄에 움츠린 날 위로한다. Amour, 2012 미카엘 하네케, 2012 사랑을 전제로 시작된 '부부'란 관계는 이상하리만치 사랑의 이름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순간마다 알던 사랑이 흩어졌음을 깨닫고 새어나오는 쌉싸름함을 맛보는 게 결혼이오, 이 맛이 사랑이었나 헷갈릴 때마다 건방증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넘겨 사는 모양새여야 부부다. 둘의 심장 소리가 온 몸을 두드릴 때 함께 잠을 자고, 매일 밤 나란히 누워 잠자길 이루면, 어느새 각자가 침대의 일부분이 되어 서로를 의식치 못하고 잠든다. 세월이 흘러 문득 스치듯 마주한 얼굴에서 닮은 듯 늙어버린 서로를 발견하게 될 때, 행여 그맘때 병이란 불행이 들이닥쳐 당신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되어줄 유일한 한 사람이 됐을 때, 그때 알게 되려나보다. 이 전부가 사랑이었단 걸. 이토록 차갑고 날선, 아.. I'm listening for the weather 2013. 2. 너의 목소리가 들려. Goodbye 2013. 1. 이미 봄에 취했는걸. 겨울 안녕. Bye 2012. 12. " 기억 속의 그것은 영원히 소통 불가능한 것으로 남았다." Good bye the camera, you and 2012. 특별하지 않은 눈 2012. 12. 5. 흰 눈이 펑펑 쏟아진 초겨울의 느낌이 어찌나 생경한지 마치 태어나 처음 겨울을 맞은 듯 멍하게 창밖만 바라봤다. 금세 발목 높이까지 쌓인 눈밭을 거닐고도 싶었지만, 그리할 수 없는 신세라 단념했다. 오후 늦게야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아이 마중 나가며 감칠맛 나게 눈 위를 걸었는데 그 기분이 또 뭐랄까... 특별하지 않았다. 하얀 눈이 사방에 펼쳐졌는데 이토록 무감할 수 있다니. 나는 자라는 중일까 작아지는 중일까. 문득 그간 의식적으로 들여다보지 않은 내 안의 내가 궁금해졌다. PM 4 2012. 12. 4.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비 2012. 12. 3. 12월이다. 비가 내렸다. 겨울이라고 하기엔 포근해, 이른 겨울비라기 보단 늦은 가을비라 불러야 어울려 보였다. 이런 하루의 기분이 좋기도 했고 싫기도 했다.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6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