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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희 老母 ‎ 한설희 [老母] , 류가헌 '어느새 늙고 병들고 겨울나무 마냥 앙상하고 쇠잔한' 모습이지만, 곱고 정갈하다. 백발의 머리칼은 아흔을 바라보는 노모의 자존심인양 강인해 뵌다. 카메라를 들고 선 딸과 노모 사이의 여백은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채워진 듯하다. 덕분에 클로즈업과 풀샷을 넘나든 작품들 어느 하나도 불편하지 않다. 아름답도록 유도되지 않았을 날 것의 다큐사진이, 참으로 아름답다. 류가헌에서 4월 8일까지 전시될 제 1회 온빛 사진상 수상작 한설희의 [老母]전은 공감을 부른다. 한없이 내리 사랑 주시는 우리내 엄마의 모습이, 어쩌면 미래 우리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기 때문이다. 지루하리만치 무엇을 어떻게 담을지 고민 중이지만 그저 찍고 싶다. 진심으로.
고요한 밤 2012. 3. 우리 함께. 특히 이번주는 강행군이었다. 오빠의 도움 없이 총 열 차례의 아침 저녁상을 차렸다. 햄김말이밥 같은 좀 찔리는 식단도 있지만, 미역국과 떡국은 내 입맛에도 일품, 대체로 잘 해냈다. 역시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입히고 씻기고 재우고 (유치원)보내고 받는 일도 온전히 스스로 해냈다. 다행히 꼴 안내고 새로운 유치원에 그럭저럭 적응해준 아이 덕분이다. 어제는 친구와 아옹다옹하다가 친구의 안쪽 허벅지를 물더라는 담임선생님의 우려 섞인 전화를 받았었다. 유난히 기분이 좋아 웃으며 하원하던 날이었는데 어떤 승리감을 맛 본걸까. 궁금하지만 만 4살이 채 안된 아이의 속을 아무리 엄마라도 알 길이 없다. 이렇게 2012년의 3월이 가고 있다. 금요일 밤. 드문 일인데, 아이가 초저녁에 잠이..
단 하룻밤의 사랑 Before Sunset, 2004 왈츠 한 곡 들어봐요. 그냥 문득 떠오른 노래 하룻밤의 사랑 노래. 그날 그댄 나만의 남자였죠. 꿈같은 사랑을 내게 줬죠. 하지만 이제 그댄 멀리 떠나갔네. 아득한 그대만의 섬으로. 그대에겐 하룻밤 추억이겠죠. 하지만 내겐 소중한 당신. 남들이 뭐라든 그 날의 사랑은 내 전부랍니다. 다시한번 돌아가고 싶어. 그날 밤의 연인이 되고 싶어. 어리석은 꿈일지라도. 내겐 너무 소중한 당신. 단 하룻밤의 사랑. 나의 제시. 비포 선셋은 미안하지만 내 영화 같아. 영화 속 제시와 하룻밤의 사랑을 나눈 바로 그 주인공이 된 것 같아. 추억으로 저물지 않는 지난 사랑이 머뭇머뭇. 몇 년이 흐른 뒤에 다시 본 이 영화, 처음보다 많이 좋다.
11년 전 2001년 10월 11년 전, 런던에서 몇 달을 머물며 민박집에서 알르바이트를 했었다. 돌아보면 인생의 첫 경험들이 즐비했던 소중한 시간들. 당시엔 30인분 밥물 맞추기 같은 고난이도의 미션들에 스트레스도 꽤나 받았지만, 언제나 막내 동생 돌보듯 보살펴주고 달고 다녀준 주인장 오빠들 덕분에 종종 추억되는 아련한 시절이다. 사진 속 이 날은, 아마도 그동안 벌어둔 여비로 혈혈단신 유럽 여행을 떠나기만을 남겨둔, 런던에서의 마지막 밤이지 싶다. 고마웠다고 아쉽다고 훌쩍이다 취한. 배움도 사랑도 여행길도 머물 곳도 모두 뜻에 따라 이룰 수 있다며 미소짓는 풋풋한 저 여인이 과연 '나'인가. 삶의 많은 것이 결정되고 예정된, 짧은 떠남도 어려워진 현재의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그는 말했다. ..
시작의 날 2012 3 5 한젤이가 유치원에 입학한다. 우리 때와 비교해 꽤 이르게 시작하는 공동체 생활이라 내 맘도 편치 않은데... 아니나 다를까 유치원 첫 등원 날이 되자 내내 의연했던 한젤에게도 심난한 기색이 엿보인다. 모른 척 하고 등 떠밀어 보낼까 하다가 "한젤이가 오늘 큰 유치원 처음 가는 날이라 두근두근 떨리는구나." 했더니 금세 울 것 같은 얼굴이 돼 품안을 파고 들어온다. “엄마도 처음으로 뭘 할 땐 긴장되고 떨려. 하지만 시작하면 다음번은 쉬워지거든. 해보는 거야. 잘 할 수 있을 거야." 위로가 전해질까 반신반의하며 건넨 한마디인데 다행히 아이 얼굴이 환해진다. 되레 비가 내려 촉촉해진 땅을 얼른 밟아보고 싶다며 문 밖을 나서길 재촉한다. 함께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동네 형, 누나도 있으니 든든한지 밖에서도..
두번째 사랑 두 번째 사랑이길 바랐던 하정우는 넘 대세남이 되어 매력이 반감됐지만, 역시 좋은 배우란 느낌이다. 느지막이 찾아 본 (김진아 감독)은 욕망을 좇은 여성이 결국 파멸에 이르는 여느 불륜 영화와는 다르게 평화로운 해피엔딩이 인상적이다. 아이를 지독히(목숨을 걸만큼) 가지고 싶어 하는 ‘부부'의 설정이 진부해 보이기도 하지만, 여 주인공 소피가 이룬 두 갈래의 사랑이 모두 납득할만하단 점에선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에서 아들의 친구와 사랑에 빠진 엠마의 마지막 결심과 결을 같이 해, 앞선 여성영화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도 보인다. 다만, 불륜의 행복한 결말이란 게 어쩜 이리도 영화 같을까 싶어 조금은 헛헛해지고 말았다.
부끄럽구요 일도 놓고 사랑도 흩어진 기분. 거듭되는 하루들의 의미가 궁금하다. 아이들은 곧 제 삶을 걸어갈 것이니 집착은 말자고 스스로 몇 번씩 각오할 뿐인걸. 그는 매일같이 열중하는 일에 대한 보답을 언젠간 받게 될텐데. 그럼 난, 난 남아 무엇이 될까. 그저 취미를 즐기다 사람을 사귀고 이룬 가정 안에서 행복한 척 웃으며... 빌어먹을 빈말에 위안을 얻으며 살게 될까. 언젠가는 진심을 토해낸 결과물 그 무엇을 세상에 꺼내놓을 수 있을까. 나처럼 약점이 많은 인간이 과연 그 어마어마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묻자. 자신은 있냐고. 절대로 지금의 내 모습에서 꿈꾸는 미래의 내 모습을 기대할 수가 없다. 너무나 먼 길. 어쩌면 얼토당토 않은 길. 아룬 것도 가진 것도 집념으로 노력하는 것도 그 어떤 것도 ..
자전거 탄 소년 다르덴, 그들의 영화는 적어도 내겐 영화가 아니었다.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하기엔 사실과 닮았고, 그늘진 삶을 애써 살아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세상의 부조리함을 바로 보는 창이 되곤 했다. 그들이 고집스럽게 사용하지 않은 영화 속 음악이 에서 들려올 때, 베토벤의 피아노 연주가 희망의 다른 말로 전해져 감상을 방해할 때 아, 그들도 변했구나 싶어 아쉬웠다. 그럼에도 주인공 소년 '시릴'이 보이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향한 무한한 이해와 변명은, 시릴의 위탁모 '사만다'가 전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내리 사랑은 영화의 중심을 이뤄 가슴을 친다. 비난하지 않는 것은 믿음, 신의, 어쩌면 사랑과 같은 말이 아닐까. 어떤 깨달음의 울림이 깊다. 어쩌면, 많은 평자들이 얘기한대로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이번 작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