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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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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러브' '아이 엠 러브' 2011. 1월 개봉 가끔 나의 일부를 떼어 놓을 때가 있다. 그것도 기꺼이 능동적으로. 정확히는 시댁 식구들과 함께 있을 때 대체로 그런 편이다. 그땐 일도 고민도 기분도 멀찍이 둔다. 그렇다고 나란 이 자체가 타인으로 변신하는 건 아닐 테지만. 아무도 직언으로 지시하지 않은, 그렇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스스로는 찾지 않을 역할의 자리로 가 해내야 될 일들은 한다. '아이 엠 러브'(감독 루카 구아다그니노) 의 엠마(틸다 스윈튼)에게 옅게나마 '나' 를 비춰보는 건 지나친 이입일까. 엠마는 이탈리아 상류층 재벌가로 시집온 러시아 여자다. 겉으론 화려해 보여도 가족행사를 치밀하게 준비하는 가정 비서 역과 아이의 옷가지를 세탁소에 맡겨주는 가정 주부의 역까지. 엠마는 가정 안에 정형화 ..
혜화의 겨울 이야기 '혜화,동'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감독상, 서울독립영화제 작품상, 배우상(유다인), 코닥상(3관왕) 수상에 빛나는 2011년 상반기 최대 기대작 '혜화,동' (제작 비밀의 화원, 제공 스튜디오 느림보/락타고 픽쳐스)이 2월17일 개봉합니다. '혜화,동'은 민용근 감독의 첫 작편작입니다. 그의 대표작인 단편영화 '도둑소년' 의 빛나는 감수성이 오롯이 긴 호흡 안에 녹아들었습니다. 작년 여러 영화제를 통해 관객에게 먼저 선보였고, 이미 웰 메이드 작품으로 크게 회자되고 있지요. 저 역시 작년 부산에서 작품을 처음 만나보곤, 올해의 발견이라며 흥분했었어요. '혜화,동' 은 시네마 상상마당, CGV 무비꼴라쥬관, 롯데 아르떼상영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등 예술영화전용관에서 개봉 될 예정입니다. ..
현빈의 영화로 불리기엔... '만추' 2010. Piff '만추' 드디어 '만추'가 개봉한다. 작년 배급 라인업에서 기약 없이 밀렸다가 '시크릿 가든'의 주원이로 급부상한 현빈 특수를 노려 부랴부랴 개봉하는 꼴이 우습지만, 어쨌든 영화의 개봉 소식은 축하할 일이다. '만추'는 남편을 죽이고 수감된 지 7년 만에 외출을 허락받은 애나와, 미국에 온지 갓 2년이 넘은 바람둥이 훈의 찰나의 러브스토리로 이만희 감독의 1966년 동명의 멜로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만추'는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본 작품 중 단연 으뜸이었다. 무엇보다 영화의 배경이 된 안개 자욱한 시애틀의 신비로운 분위기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더해 현빈과 탕웨이 두 주연배우의 있는 힘껏 절제된 연기가 흠 잡을 데 없어 보는 내내 애절하고 아련했다. 특히 탕웨이의 메마른 듯..
달콤하게 슬픈 사랑이야기 '러브 앤 드럭스' '러브 앤 드럭스' 매기와 제이미 운명의 어쩌고 하는 진부한 사랑얘기는 아니었다. 오랜만에 찾아 본 헐리우드 영화 '러브 앤 드럭스'는 고리타분하지 않아 좋았다. 자칫 시시콜콜한 농담 따먹기에 그치고 마는 로맨틱코미디의 약점을 피할 수 있었던 건, 파킨스 병이란 소재가 이야기의 굵직한 주축을 이뤘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는 코미디와 드라마의 균형이 매우 잘 이뤄진 듯 보인다. 무엇보다 이미 '브로크백마운틴'에서 부부로 열연한 두 배우, 제이크 질렌할과 앤 해서웨이가 적절히 가벼워져야하는 장르 안에서도 마치 춤을 추는 제 역할에 흠뻑 빠져 매력을 발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말 사랑하게 되면 좋겠단 순진한 심정으로 두 배우의 전라의 베드신을 훔쳐보는 동안은 제법 두근거렸다. 영화에서 파킨스병을 앓고 있는 ..
'사랑하고 싶은 시간' 우연히 '사랑 하고 싶은 시간' 의 리뷰를 읽었는데 만듦새가 좋다는 평과 더해 불륜을 다룬 얘기라기에 호감이 일었다. 나 같은 과감한 러브씬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나의 감정결이 무엇을 얼마만큼 공감할지가 궁금했다. 그저 새로운 사랑을 현실과 별개로 아름답게만 그려놓진 않았을까 걱정도 됐지만, 씨네큐브 작품이니 우선 믿고 보기로 했다. 영화는 제목이 주는 감미로움에 비해 불륜이란 소재를 통해 불안한 두 영혼의 혼란스런 시간을 다뤘다. 그런 면에서 영문제목 'What more do I want' 가 영화의 내용을 더 잘 설명해 준다. 두 주인공이 '더 원하는 것' 은 사랑이지만, 그건 욕망과 닮았고 타인의 눈엔 불륜으로 비친다. 그래서 영화는 비밀스럽고 은밀하다. 영화 속 안나는 오랫동안 동거 중인 남자친구..
한 영화가 900개 스크린 장악? 김종관감독 지금 한국의 독립영화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본다. 국제적으로 독립영화가 이렇게 활성화된 나라는 거의 없다. 산업적인 기반은 조금 허약하지만, 산업이 지탱되기 위해서는 만드는 사람과 관객뿐만 아니라 저변이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영화를 만들고 영화를 고민하고 영화를 틀기위해 노력하고, 천명이든 만 명이든 볼 수 있도록 개봉하려는 시도들이 있고, 어쨌든 받아주는 영화 극장들이 있는 것인데, 상상마당도 있고, CGV도 있고, 정부에서 전용관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당장 돈을 버는 산업은 아니지만, 저변을 지탱하는 환경이 이렇게 활성화된 나라는 거의 없다. (...) 배급 독과점 문제. 한 영화가 스크린 900 개를 가져가는 상황 같은 것들, 작은 영화들이 특정한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상영이 될 ..
나다의 프로포즈 '하나 그리고 둘' '하나 그리고 둘' Poster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예술영화전용관 하이퍼텍나다에서 지난 10년 동안 상영된 최고의 영화를 선정해 상영한다. 단연 기대작은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 몇 해 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뒤, 줄곧 다시 꼭 한번 스크린을 통해 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의 베스트 작품들도 다수 상영하는데, 그중에서 '시리어스 맨', '엉클 분미' 등 놓치고만 화제작들이 상영된다니 부지런히 찾아 볼 예정이다. 행사는 12월 23일부터 1월 12일까지. 덕분에 흐트러졌다 다잡길 반복하던 연말과 신년이 하나처럼 신날 것 같다. '2010 나다의 마지막 프로포즈 시간표'
'Crazy Heart' Crazy Heart, 2010 토마스 콥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크레이지 하트'는 술에 절어 사는 늙은 컨트리 가수 배드 블레이크(제프 브리지스)의 모습을 담담한 시선으로 조명한다. 영화의 주인공이라기엔 지나치게 현실적인 모습의 배드는, 지난 사랑에 변명하지 않고, 차갑게 대하는 아들에게조차 자신의 이야길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단념한 듯 인생의 마지막 근처의 삶을 살고 있는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신문기자 진(매기 질렌홀)의 등장은 특별하다. 줄거리가 이쯤되면, 언제나처럼 난 순진한 관객이 되어 영화같은 사랑의 해피엔딩이라든지 아들과의 훈훈한 재회 같은 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감상적인 기대에 흔들리지 않고, 애초 벗어둔 연민의 시선으로부터도 자유롭게 제 갈 길을 걷는다. 남녀의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