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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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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장철수 감독의 단편 를 본 뒤, 줄곧 그의 장편을 기다리던 참이었다. 어제 저녁 압구정 CGV에서 열린 Cindi 영화제에서 , 바로 그의 첫 장편 데뷔작을 두 눈으로 아니 온 몸으로 보았다. 오래 기다린 보람. 이었다. 손발을 비틀어가며 겨우 지켜본 영화의 결말은 정말이지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영화 이후로 이토록 괴롭게 객석을 지킨 적이 또 있을까. 허나 막무가내로 고통스런 시간이 된 것은 아니다. 영화 속 복남이의 한 많은 삶이 극의 초반부터 착실하게 전달되어 슬픔의 결을 따를 수 있었다. 복남이 저지른 모습에서 '유디트'의 모습이 보이는 듯도 했다. 늦은 한 시가 다 돼 집에 도착해 피곤한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지만 깊은밤 늦도록 뜬눈이었다. 을 본 다음 날. 오늘까지도 몹시 피곤하다. "서구 장..
The Sea Inside 정말 여기서 바다 냄새가 나요? 창문이 열려 있으면 바다에 있는 것처럼 냄새가 나요. 후각이 아주 예민하네요. 냄새가 감각을 더 예민하게 하나봐요. 자주 공상에 빠져요. 예를 들면, 당신 향기... 당신에 대한 공상에 잠길때면 당신 향기를 제일 먼저 상상해요. 그래요? 무슨 공상을 하죠? 그냥 그런거요. 한 가지 공통점이 있긴하죠. 공상 속에선 늘 움직일 수 있어서 난 일어난 그 순간 당신이 있다고 상상하는 곳으로 가요. 예를 들어 여기 있다고 상상되면 당신 가까이 다가가요. 그리고 수 없이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죠. 당신의 향기가 점점 강해지고 난 몽롱해 져요. 당신의 심장 박동이 느껴지고 당신의 손길이 느껴져요. 그리고 정신을 잃죠. The Sea Inside 의 이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와 같다...
빨간 구두 Don't move 외과의사 테모테오는 낯선 동네에서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여인을 강간한다. 죄책감으로 다시 찾은 허름한 그 곳에서 괴상한 몸짓의 그녀 이딸리아를 다시 만나지만, 또 다시 벌이는 동의 없는 섹스 뒤 지폐 몇 장을 던져놓고 도망치듯 나선다. 그런 남자를 이딸리아는 마치 성인처럼 품에 안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둘의 만남은 희한하게도 차츰 사랑의 형색을 갖춘다. 비판받아 마땅한 티모테오를 어째서 가슴 아프게 지켜보는 걸까. 어떻게 공감하고 있는 걸까. 숱한 질문이 머리를 스치지만, 영화에 빠져들수록 이 남자의 사랑을 논리적인 설명 따위로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티모테오와 이딸리아의 겪는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이 그저 아플 뿐이다. 티모테오에게 이딸리아가 묻는다. “행복해요?”..
땅의여자 농촌에 정착한 여자 셋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 를 전체적으로 전혀 슬픈 내용이 아니지만 어느 한 장면에 크게 공감해 흐르는 눈물을 조용히 닦아내며 봤던 기억이 난다. 아끼는 작품이라 유독 개봉 소식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9월 9일로 날이 잡혔나보다. 아마 개봉을 위해 포스터 촬영도 진행된 모양이다.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짧은 카피가 마치 안부 인사처럼 반갑다.
2010 cine vacances seoul ‘2010 시네바캉스 서울’에서는 특별히 ‘매혹의 아프로디테’라는 주제로 마를렌 디트리히에서 스칼렛 요한슨에 이르는 은막의 스크린을 매혹과 신비로 담아낸 여배우들과 여인들의 다양한 매력이 담긴 영화들을 상영합니다. 여배우는 관객을 영화에 연결시키는 화신이자, 영화적 상상력의 매개자로 영화의 매혹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여배우는 또한 언제나 신비한 존재이자 매혹의 대상이고 영화적 질문을 구성합니다. 여배우는 조셉 폰 스턴버그와 디트리히의 관계처럼 영화의 전부이자 영화에서 가장 큰 갈망의 대상이며, 감동의 대상이고 가끔은 혐오와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합니다. 이번 ‘2010 시네바캉스 서울’에서는 다양한 여배우들이 영화 속에서 매력을 보여준 고전에서 현대에 이르는 30여 편의 영화를 상영합니다. 영..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의 금요일 밤 양평으로 MT 다녀오는 길. 금요일밤의 짜릿한 데이트 금요단편극장이 열리는 밤. 몸집만한 가방을 둘러메고 터벅터벅 낙원동으로 향했다. 경주여행과 케 세라, 세라 두 편의 기분좋은 단편영화가 상영 준비를 마치고, 언제나처럼 그리 많지 않은 관객들이 입장하자 기분이 몽롱해졌다. 피곤이 지친 탓일 텐데 힘들다는 느낌보단 기운을 내고 싶다는 묘한 긍정의 상태가 되었다. 바로 여기가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이기 때문이었을까. 곧 '2010 시네바캉스 서울' 매혹의 아프로디테가 시작된다.
켄로치의 영화들 몸이 딱 두 개였으면 좋겠는 요즘이다. 쓰러질 거 같아 구해먹은 삼계탕 덕분인지 입 안 가득 돋은 혓바늘은 다행히 잦아들었다. 도통 극장을 찾을 겨를도 없어 놓친 영화들이 너무 많지만 어떤 영화를 놓쳤는지 가늠도 안 되니 이제 어디가서 영화 좋아한단 소리도 못하게 생겼다. 그나마 요 며칠 짬짬이 켄로치의 영화들을 봤다. '영국의 폭정에 맞선 아일랜드인의 저항을 그린' 을 시작으로 까지.. 소신에 찬 정치적 발언을 영화로 소리 높이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의 영화를 보며 깊이 느꼈다. 영화마다 등장하는 가치관마저 닮은 커플을 보며 나의 짝궁과도 그리 사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에서는 특히 주인공 마야에게 마음이 움직였다. 멕시코 국경을 온갖 재기를 발휘해 간신히 넘어와 빌딩의 청소부로 일하는 그녀의 ..
일본 '더 코브' 개봉되길 ... 영화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를 보고서 충격과 먹먹함이 동시에 밀려온 기억이 난다. 대게 가슴을 치는 뭔가는 이성의 작동을 멈추는데, 이 영화를 보고선 감정의 동요만큼 머릿속의 명령어가 또렷히 전해졌다. 돌고래뿐일까. 인간으로서 낮추어 보는 동식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죽이고 괴롭히고 해하는 우리의 잔인함에 얼마나 무뎌져 있나. 가까운 이웃 일본의 미니멀리즘에 감탄한대도, 작은 어촌마을에서 반복 자행되는 돌고래 학살 현장을 보고 나면 새삼 소름이 돋는다. 돌고래 쇼를 즐기는 우리의 여가문화 역시 부끄럽긴 마찮가지다. 일본에서 '더 코브: 슬픈 돌고래의 진실' 이 개봉되길 응원한다. *관련기사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