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알러지 (473) 썸네일형 리스트형 선이골, 떠나자 누구나 할 것 없이 생활이 빠듯하고 바쁘고 지친 서울의 삶. 거기에다 하루 스물 네시간 한 순간도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온갖 소리들, 뿌연 하늘, 피해 의식, 두려움.... 남편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 이었다. 떠나는 것! ...우리는 왜 떠났는가? 우리는 왜 이곳에 있는가? 7년째 선이골 삶을 맞이하면서 우리는 ‘만니기’위해서 ‘떠났음’을 깨닫는다 . 서울 삶에서 우리는 ‘하나되는 만남’에 배고프고 목말라 했음을 깨닫는다.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김용희 지음) 중에서... 결혼과 같은 미래 따위의 고민을 채 하기도 전인 철 없던 시절 어느 해엔가 선이골 아이들을 다룬 방송을 챙겨보며 적잖은 감흥을 얻었더랬다. 언젠가 나도 뜻 맞는 솔메이트와 결혼을 하게 된다면, 토끼같은 자식을.. 소소풍경 출근길에 '소소풍경' 을 찾아 보고자 이리저리 헤매보았다. 길 위엔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었고, 골목 귀퉁이 엔 쓰레기더미가 몰래 던져진 듯 제자리를 잃고 흩어져 있었다. 어제 저녁 류가헌에 들러 이한구의 소소풍경을 둘러보았다. 한적한 류가헌에서 나와 초로의 여인 단 둘만이 마치 VIP 손님인양 큐레이터의 직접 해설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행운을 누렸다. 얌전한 비가 소리 없이 내린 저녁에 윤슬부터 400년 된 은행나무의 춤사위까지 보고 나니 빗물이 가슴 속마저 적신 듯 생기가 붙었다. 소소풍경이라... 사진에 담기는 그 무엇도 아름답지 않은 게 없다던 말이 떠오른다. 마음 문 마음에도 문이 있었으면 좋겠다. 도대체 네 마음엔 뭐가 들었니? 묻기 전에 슬며시 문고리를 잡고는 쓱 열어보고 싶어진다. 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 걸. 이 얘기들 다 풀어내려면 훌쩍 늙어버릴 것만 같아. 편하게 네가 보고 가. 여기 진심의 문을 열어봐. Mouse 2006.9.7. London 매일이 그렇지만 유독 복잡한 머리를 쥐고 출근하던 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골똘히 걷다가 무심히 시선을 돌린 왼쪽 길가에서 죽은 쥐를 보았다. 쥐의 눈알만한 새까만 파리 두어 마리가 그 주위를 사납게 날고 있었고 회색 쥐는 정말... 쥐.. 처럼 징그러운 모습을 하고 비스듬히 누워있었다. 순간 소리치며 내달려 도망가면서 봤던 장면을 잊기 위해 얼굴을 비비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쥐가 뭐길래... 이리 야단일까 싶으면서도 아침부터 머릿속에 가득 찬 한 생각을 버려내라는 경고 같다고도 느껴졌다. 이렇게라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그저 재수 없는 하루가 될 테니. 아쉬워도... 멈추지 못해 뒤엉켜버린 망상을 놔버리기로 했다. Writing to Reach You writing to reach you. 한 노래만 반복해 들었다. 창밖의 풍경에도 노래의 음율이 새겨질 듯 ... 네 시간이 넘는 동안 줄곧 그랬다. 푸아푸아 내리는 비 무등산에 올라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내려오는 길. 금세 하늘이 캄캄해 지더니 폭우가 쏟아졌다. 아직 말을 떼기 전인 아기는 조잘대던 일을 멈춘 채, 창밖의 큰 비에 신경을 쏟는다. 아기도 나처럼 비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어떤 비든 반가워하며 우산도 접은 채 함께 내달리기도 하고 고인 물에 발을 담가 첨벙거리고도 싶다. 한젤아 비가 어떻게 내려요? 주루주룩 내려요? 줄줄줄 조로록조로록 내려요? 나의 질문에 아기가 대답한다. "푸아푸아" Walker Evans 워커에반스 사진전에서 ... 이 아이들처럼 나도 이른 어린 시절에 그를 알고 보았다면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 자못 궁금했었다.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아이들을 지켜본 날. 그의 사진은 뒷전이 되었다. 빨간 구두 Don't move 외과의사 테모테오는 낯선 동네에서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여인을 강간한다. 죄책감으로 다시 찾은 허름한 그 곳에서 괴상한 몸짓의 그녀 이딸리아를 다시 만나지만, 또 다시 벌이는 동의 없는 섹스 뒤 지폐 몇 장을 던져놓고 도망치듯 나선다. 그런 남자를 이딸리아는 마치 성인처럼 품에 안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둘의 만남은 희한하게도 차츰 사랑의 형색을 갖춘다. 비판받아 마땅한 티모테오를 어째서 가슴 아프게 지켜보는 걸까. 어떻게 공감하고 있는 걸까. 숱한 질문이 머리를 스치지만, 영화에 빠져들수록 이 남자의 사랑을 논리적인 설명 따위로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티모테오와 이딸리아의 겪는 사랑이라는 것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이 그저 아플 뿐이다. 티모테오에게 이딸리아가 묻는다. “행복해요?”.. 이전 1 ··· 40 41 42 43 44 45 46 ··· 6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