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산다는 게 두렵거나 고생스러운 것도 아니고 저 하늘에 날아가는 멧새처럼 자유롭다. 이른 봄에는 바닷가 간척공사장을 찾아가 일하다가, 오월에 보리가 팰 무렵이면 시골마을로 들어가 보리 베기를 도우며 밥 얻어먹고, 여름에는 해수욕장이나 산간에 가서 일거리를 찾고, 늦여름부터 동해안에 가서 어선을 탄다. 속초에서부터 오징어떼를 따라 남하하다가 울산 근처까지 내려오면 가을이 깊어져 있다. 이제는 다시 농촌으로 들어가 가을추수를 거든다. 황금들판에서 들밥에 막걸리 마시고 논두렁에 누워 곤히 낮잠 한숨 때리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단다. 그리고 겨울에는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쪽방을 한 칸 얻고 거리 모퉁이나 버스 종점이나 동네 시장 어귀에 자리를 잡아 드럼통과 손수레 세내어 군고구마 장수로 나선다. 아니면 돈 좀 더 보태어 포장마차를 하든지. 그것도 아니면 이번처럼 괜찮은 도시 공사판을 만나면 함바에서 겨울을 난다. 살아있음이란, 그 자체로 생생한 기쁨이다. 대위는 늘 말했다.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거야.
황석영 개밥바라기 별 중에서.
네 삶에 용기를 얻었어. 흐릿한 단상들이 가지런히 제 자리를 찾더라. 누구든 사는 삶, 특별해지지 말자고 다짐해 봤어. 이유가 어디 있겠어. 다들 그렇게 살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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