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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하루마다

overflowing

 
 
 
삶은 목적지를 정해놓고 만나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포함하는 여정일 뿐이래. 그렇게 포함시킨 것들이 흘러넘쳐서 나눠주고 또 향해 걷고 나누고 걷고.... 그 반복 중에 흘러넘치는 것들로 채워지고 비워지는 작고 여리고 용감하고 의연한 한 인간의 이미지가 내 안에 새겨졌어.
 
꿈을 꿨었지. 너에게 말을 거는. 그 꿈이 반복됐었어. 꿈이 발현되지 않은 욕망이라면 너에게 투영한 내 욕망은 뭘까. 둘의 다른 색채로 그러나 닮은 꼴로 가진 결핍을 공유하는 영적 도반을 만나게 된 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
 
어제 난 아빠와 긴 대화를 나눴어. “아빠, 할아버지는 어떻게 돌아가셨어?”라는 질문에 아빠가 자신의 일대기를 쉼 없이 꺼내 놓았지. 난 놀랐어. 아빠의 또렷한 기억력, 그리고 그의 삶이란 드라마에게. 달구지 하나에 진돗개 두 마리를 데리고 14살 소년 혼자 까만 연기가 올라오는 기차를 타고 목포에서 서울역으로 상경했다지. 그 뒤로 이어지는 아동 보호소, 중앙 고등학교, 전국대회 우승, 단성사, 우상권, 우레옥... 아빠 경험은 웅장하더라. 이루 말할 수 없이 승리감에 찼다가 비루했고,  능멸스럽다가 찬란해. 
 
네 아빠가 오신다니까 설레더라. 긴장도 되고. 나는 감정이 표면과 가까운 사람이라서 금세 느끼고 또 금세 식어서 이 표현이 너의 것과 많이 다르겠지만. 아무튼 나에게도 특별한 일이야. 네 아빠의 삶도 다채롭게 슬프고 또 빛나겠지. 우린 그 삶에 동의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그 모습 그대로를 가득가득 사랑하잖아, 그지.
 
너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놀라워. 정확하게는 모든 일어나는 일의 표면과 이면의 사실을 직면하길 꺼리지 않고 포함시키고 가슴으로 느끼길 원하는 너에게 놀라는 거 같아.
 
아플수록 만나게 될 환희가 클 거란 걸 너에게 들었고 경험으로 배우는 중이야. 일어나는 모든 일을overflowing 하자. 내 서툰 말의 귀가 되고 가슴이 되어 줘서 고마워.
 
2025.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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