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전 눈 옆 작고 붉은 자국이 시작이었다.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거칠거칠한 거북이 등껍질로 돌변했다. 볼터치한 것처럼 귀엽네, 수준으로 대우하며 이러다 말겠지 했다. 오늘 상태가 더 심해져 바람을 불어넣은 듯 부풀더니 따갑고 뜨겁다. 여러 아로마 오일로 달랬으나 듣지 않는다. 도테라가 전혀 듣지 않는 경우도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원인은 모른다. 회일지, 물일지, 대충 닦아 먹은 딸기일지. 알고 싶다가 이 마음도 놓아 준다.
마침,
포함시키는 연습을 하던 중이었다.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친구와 얘기 중에 깨달았다. 내 반듯한 미소와 마음 속 눈물의 간극을. 언제나 모두를 이해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과 기대의 낙차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음을. 늘 포함하거나 하지 않음을 선택하는데 고군분투 한다는 걸.
어떻게 이렇게 촌스러운 일이 내 삶에 일어나?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내 상사야? 어떻게 이런 다툼이 우리 가족의 일이야? 어떻게… 어떻게… 의 끝나지 않음이 수십 년 간 공들인 시간이었다니. 아찔한 상태로 며칠을 살다가 조금 용기를 내 물었다.
이러다가는 '어떻게 내가 나일 수 있어?'로 귀결되는 인생이 되진 아닐까?
타인을 향한 기대와 열렬한 사랑은, 실망한 관계를 정리하고 싶은 욕망과 훌륭한 시너지로 협업한다. 이런 식의 내적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한 나는 최선을 경험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거나 원망하는 데에 에너지를 가득 실어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의 내 삶이, 빨간 얼굴이 ‘어떻게 시리즈’의 결과라면 포함을 포함하는 일을 우선 순위에 두고 싶었다.
일어날 수 있어. 괜찮아. 아무 일도 아니야. 필요한 일일 거야. 아니 어쩌면 별 의미 없어. 그것으로 뭔가 배웠다면 괜찮아. 안 배웠어도 괜찮아.
괜찮아해보지 않아서 서툴지만 안 괜찮은 것들을 괜찮다고 소리 내 말했다. 이 모든 것이 내 삶이라고 다독이는 ‘포함’을 시작하자 감사가 보였다. 아, 감사와 포함은 하나의 카테고리구나.
세상은 실로 수많은 감사로 가득 찼음을 알아채는 일은 식은 죽 먹기여서 시시한 얘기가 아닌가 생각했었다. 이 날씨도 고맙고 두 발로 걸을 수 있음도 고맙고 따뜻하게 몸 뉘일 곳 있어 고맙고… 이런 식의 고마움을 고르는 일은 진부해서 흠잡고 싶었지 따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간절할 땐 무엇이든 해야 해서 기존의 불만이란 안경을 버리고 감사란 안경을 새로 착용했더니 세상에, 세상은 내가 알던 곳과 딴 판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오해한 것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보내자, 고른 숨이 쉬어졌다. 어렵지 않은 것들부터. 여긴 창문이 없어서 숨이 안쉬어져,라고 에고가 무서워할 때 예전에는 네 믿음은 틀렸어, 여기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숨을 쉬잖아, 왜 너만 유난이야, 라면서 날 나무랐다. 이젠 스스로를 공격하길 멈추고 이 공간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이해와 시각화 이미지를 빚은 뒤에 이곳과 연결된 수많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져보는 식이었다.
괜찮아. 일어날 일이 일어난 거야. 괜찮아. 어떤 의미가 있을 거야. 필요한 일일 거야. 괜찮아. 필요하지 않은 일이래도 괜찮아. 나는 받아들일 힘이 있어. 괜찮아. 미워하지 마. 속상해하지 마. 서둘러 없애려고 하지 마. 나의 영혼은 그대로야, 괜찮아. 이대로 충분해. 꼭 안아주자. 난 지금 그대로의 내가 되게 좋아.
아침보다 훨씬 부푼 빨간 얼굴이 뜨겁고 가렵다. 더 고통스러울 밤이 될 거야, 이 고통을 나의 것으로 포함시키는 것부터 진짜 삶이 시작이야.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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