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473)
친구야 '안녕' 2011. 5. 3. 전주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 그리운 나의 집인걸 가다보니 전주가 도로 그립다. 어둠이 덮친 서울 야경에 넋을 놓다가 높다란 전광판에 새겨진 쿵푸팬더에게 시선이 고정된다. 어찌된 영문일까 희한 할만도 한데, 곰돌이 닮은 친구의 안부 같아 그저 반갑다. 친구야 '안녕'
Sympathy 2011. 4. 30. 지금 인생을 다시 한 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라. 차라투스트라
마지막 수업, 손홍주 인물촬영 46기 2011. 3. 겨울과 사진을 벗 삼은 뒤론 꾸준히 좋은 사진 강좌나 특강을 찾는 편이다. 달팽이 사진골방의 임선생님 수업으로 사진과 함께한 1년을 보냈다면, 2년째인 올해의 첫 강좌는 소문도 자자한 손홍주의 스튜디오 인물촬영 '46기'를 선택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에, 특히 나처럼 사회적 관계에 약해빠진 미숙인은 공동체가 주는 소속감에서 외로움을 잠시 잊는 법이다. 손홍주 선생님의 이번 강의은 내게 안식처였다. 수업은 첫 4주를 제하곤 쭉 공덕동의 한겨레신문사 꼭대기 스튜디오에서 토요일마다 촬영실습이 자유롭게 진행됐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진 언제나 대문이 활짝 열려 있고, 마음 좋은 언니 오빠들이 사다 놓은 김밥과 빵도 한결같이 즐비했다. 주중엔 꼼짝없이 30개월 된 아기를 돌보는 욕구불만..
Karsh, Hemingway Karsh 의 Hemingway Ernest Hemingway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의 사진 앞에 한참을.. 아주 한참을 머물렀다. 증명사진과 견줄 만큼의 정면성을 띄어 심심하게도 보이는, 인물사진의 흔한 프레이밍을 선택한 이 사진은 놀랍게도 여러 상상을 불러온다. 우선, 그의 당시 나이가 어림잡아 가늠된다. 얼추 큼지막한 몸집과 건장한 체격의 무게감도 느껴진다. 온 뺨과 턱을 뒤덮은 덥수룩한 수염과 포근한 터틀넥 스웨터 덕분에 이 앵글이 가진 경직은 순화되지만 살짝 치켜 떠 무표정하게 허공을 향한 눈동자는 어쩌면 이 사람의 겸연쩍음 혹은 부끄러움을 내보이는 것만 같다. 굳게 다문 입술과 굵게 페인 이마 주름이 어울릴법한 단단한 눈맞춤이 아니다. 어쩌면 아마도 그는 수줍음이 많았던 노인이었으리. 찰나. 바..
그래도 극복해 삶의 기막힌 타이밍 중에 하나는 한 박자 늦는 깨달음이야. 그놈은 언제나 현재를 쫓는 과거에 머물러 지금의 꽁무니만 질질 쫓아 이대로라면, 눈 감는 그날도 아마, 아쿠, 이제야 알겠네 하게 될거야. 두 눈을 부릅뜬 끔찍한 모습으로 말이지. 사랑은 그래도 괜찮았잖아. 첫눈에 반해 이거, 사랑같아. 던져도 나름 로맨틱했고, 나 그만할래 하고 떠나면 곧 이별이 됐고, 다시 만나고 싶단 구애로 반나절 집 앞을 서성이면 그대로의 품속에 안길 수도 있었잖아. 사는게 사랑같음 얼마나 좋을까 말이야. 헌데, 사랑처럼 살았냐고 반문해보자구. 그렇게 목숨걸고 울고 웃어봤는지 그의 마음을 향해 돌진해 봤는지 그의 심장 박동을 느껴 보려고 귀조차 기울여 봤는지 말이야. 따뜻한 심장이 있다고 믿고 산거야 이제껏. 그거 하나면 ..
야夜질주 2011. 4. 광화문 사거리 굉음 속 질주하는 젊음이라니. 한달음에 네 등에 업히고 싶어라...
창신동, 티끌모아 로맨스 촬영장 2011. 4. 촬영현장, 창신동 영화 촬영장을 가까이에서 구경해 본건 이번이 처음이다. 십억 단위의 영화라니, 더구나 한예슬과 송준기가 주연이라니 기대가 남다를 밖에. 밤 열시가 넘어서, 야식으로 준비한 돼지 족발을 한아름 실은 제작부의 차량이 창신동의 가파른 오르막 골목길을 올랐다. 밤샘 촬영이 예정된 그곳은 밤길을 훤히 밝혀주던 가로등 불빛이 초라해 보일만큼의 조명기기가 완벽 세팅되었고, 대략 가늠해 봐도 족히 60, 70명은 돼 보이는 스태프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발아래 펼쳐진 서울의 야경도 찬란했지만, 진하게 쏟아지는 조명 빛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어쩜,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거라던 감상적인 책 제목이 거짓말임을 알아차려 버렸다. 영화는 영화인 거다.
이렇게나마 View Outside Window 2011. 3. 27. 창밖 사진엔 '우연'이 있어 좋다. 순간을 포착하는 게 리드미컬하게 이어질 때나, 포착할 순간을 위해 샅샅이 뒤져 살펴 볼 때는 잡념이 사라지고 오로지 행위에 집중하게 된다. 이렇게나마. 사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