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DAY (52) 썸네일형 리스트형 충무로에서 갈 일이 딱히 없겠거니 했지. 충무로. 요즘처럼 자주 들락거릴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나. 충무로의 밤. 하늘. 누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마치 충무로의 것처럼 보이잖아. 신기하지. 저 날 저 밤의 하늘이 꼭 내 마음과도 닮았어. 그 밤을 기억하는 지금 마음도 저렇게 ... 희린듯 맑고 어두운듯 환해. Orange 고민 끝에 장만한 레인부츠를 '에라 모르겠다' 신고 나왔다. 해가 쨍 하니 뜨는 아침에 어울리지 않지만.. 당당해 보이려고 모델처럼 또각또각 걸었더니 덥더라. 오후가 되자 바람대로 여기 하늘에서 굵은 빗줄기가 쏟아진다. 난 비가 좋은걸. 비오는 차창 밖을 보노라니 어쩜 스마일 이모티콘 같기도 하고 할로윈 호박 인형 같기도 한 주황빛이 오롯이 박혀 보인다. 아침 풍경 겨울이 끝나자 잠을 줄이고 싶었다. 더디게 온 봄이 찰나로 지나고 여름이 올 무렵에서야 1시간 일찍 일어나고 조금 늦게 잠들곤 한다. 냅다 뛰던 출근길에서 자유로워진 게 가장 큰 수확이랄까. 비오는 아침을 만끽한 게 얼마만인지... 마음까지 촉촉해진 2010.6 서촌의 고단함 서울에 몇 안남은 한옥촌인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의 '서촌'. 아침에 걸어 온 이 길은 서촌 중에서도 체부동. 길가에 서글픈 현수막이 걸려있다. '체부동 주민은 아파트를 원한다' 한옥촌을 매일 거니는 행복과는 별개로, 이곳 삶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고통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운치있는 장소에 빽빽이 들어선 아프트단지를 상상할 순 없다. 현재 서촌은 한옥지정구역과 한옥권장구역으로 관리된다. 재개발이 극히 제한되다보니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살기 좋고 보기도 좋은 곳으로 거듭나기 위한 절충안이 필요하지 싶다. 2010.4. 인왕산을 마주하고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풍경화를 그리고 있는 성모 마리아나 단지를 굽는 배트맨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결점 없는 존재는 예술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반어적으로 말해, 이상적인 예술가는 이론상 절대로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이것은 예술에 대한 중요한 암시를 던져준다. 왜냐하면 이러한 견해는 우리의 결점과 나약함에 종종 작품을 하는 데에 장애가 되긴 하지만, 역으로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예술창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방식으로 작업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중에서 작은 봄기운 내의를 두툼히 껴입을 만큼 바람이 찼고, 하늘은 잔뜩 흐렸다. 한껏 기대한 강화도의 바다는 한겨울의 회색빛을 띄고 있었다. 손님맞이에 열을 올린 펜션지기가 손질한 작은 화단을 보지 못했다면... 정말이지 봄이 오고 있단 걸 모를 뻔했다. 봄은 이렇게 장식처럼 잠깐 들렀다 갈 모양이다. 불안하다. 곧... 여름이 올 것만 같다. Yellow dust 그날 서울은 정말이지 '고담시티' 였다. 대낮임에도 황사가 온 하늘을 뒤덮어 봄볕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마침 나의 기억도 무엇을 쫓느라 복잡하게 엉켰다. 그때 한 무리의 새가 파드득 노란 하늘을 날아 지났다. 반사적으로 새를 쫓아 수평감을 놓았다. 경복궁과 스타벅스 게으름의 유혹이 범람하는 일요일 오후. 선크림을 챙겨 바르고 먼 걸음은 뗐다. 막바지 수업을 두어 번 남겨두고서 함께 한 출사길. 안국동에서 삼청동 그리고 부암동에서 종로까지 4시간가량 걷고 또 걸은 나들이로 새봄의 에너지를 충전시켰다. 주린 배를 달랜 스타벅스의 핫초코와 크로크무슈, 흐느적 가로지른 경복궁의 흔적이 대조적이면서도 서울스럽다. 바로 그 퓨전의 서울 한복판에서. 2010.3.21. 이전 1 ···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