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알러지 (481) 썸네일형 리스트형 아들과 엄마 그리고 나 루다가 제주로 가고 루다가 머문 곳마다 헝클어지던 공간이 그대로를 유지한다. 루다가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와도 쫄리지 않고 느긋이 할 일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밥을 두 끼 차리다가 한 끼 차리는 건 왜 이렇게 쉽게 느껴지는지. 젤이랑 둘이서 소곤소곤 얘기하니까 좋고, 젤이가 신발 사러 가자는데 데이트 신청받은 것처럼 설렌다. 루다가 너무 보고 싶다. 이 정도로 사랑했나 싶게 보고 싶어서 반성하게 된다. 아이의 발목을 잡고 있었나, 아이의 등 뒤에 업혀 있었나, 아이가 날 위해 베푼 무조건 적인 사랑이 새삼 크구나. 애가 이틀 만에 발목을 삐고 삔 곳을 또 삐었단다. 엄마, 나 여기 있어, 엄마 거기 있어? 신호를 보내는 건 아닌가. 내 불안이 아이에게로 흐른 건 아닌가. 좋아, 이 불.. 초록댄서 나는 은연중에 숱하게 본 영화 속의 삶을 내 삶의 리듬과 혼동하며 살았다. 연애가 막 불붙기 시작하는 순간처럼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영화 평론가 김영진의 책 에 나오는 이 구절은 17년 된 내 블로그 소개글이다. 만들 때 적어 놓고 지금까지 그대로 두었다. 영화 속의 삶을 내 삶의 리듬과 혼동하며 살았다. 연애가 막 불붙기 시작하는 순간을 쫓다가 불충분해 지곤 했다. 어쩐지 뭉근한 일상을 반복하는 요즘 문득 별처럼 빛나는 순간을 알아챌 때, 비 내린 다음 하늘이 수줍게 맑아올 때 같은. 아무 의미가 없을 텐데 굳이 인생의 의미 같다고 생각하면서 작게 기뻐서 혼자 웃었다.나의 초록댄서스튜디오🔖 마리메꼬 오마주백🔖 꽃들의 작은 지갑, pink 만년필로 글쓰기, 몰입의 기쁨 오늘은 종일 한 자리에 앉아 읽고 썼다. 파이롯트와 컴포지션스튜디오가 함께하는 만년필 글쓰기 클럽을 하고 있다. 이번 주제가 “어린 시절의 엉뚱한 일”이었다. 어릴 때 바이올린을 배웠다로 시작하는 글에서 피아니스트가 꿈인 엄마가 등장했다. 자신의 못 이룬 꿈을 딸에게 투영하고 기대했을 엄마 마음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적혔다. 엄마는 늘 엄마 그대로인데 나는 상황과 감정마다 엄마를 피곤해도 하고 그리워도 하는 딸이었구나. 외롭고 아프고 복잡했을 젊은 엄마는 일기를 쓰고 기도를 했는데, 지금의 내가 그 엄마를 똑같이 닮았구나. 내가 엄마를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결국 내 미래의 모습이겠구나. 엄마가 사랑스러우면 사랑스러운 내가, 엄마가 지혜롭다면 지혜로운 내가 되겠구나. 엄마가 나구나. 엄마 사랑이 고파서 .. 나의 첫 브랜드가 실패한 이유 <프로세스 이코노미>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일고 알게 된 두 가지 나의 첫 브랜드가 빠르게 힘을 잃은 이유를 대라면 열 가지도 넘게 부를 수 있지만. 이 책 를 읽고 알게 된 건 두 가지. 하나, 가진 자원보다 더 크게 모아 시작한 것. 둘, 허용 가능한 실패 범위를 뾰족하게 세우지 않은 것. 가장 후회하는 건 성공을 의심하지 않고 서두른 것. 결국, 나의 무모함과 실력 없음으로 축약해 스스로를 비난하고 자포자기하길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어쩐지 엉망으로 헝클어지는 일에 도전적인 사람은 아니더라. "지금 가진 자원에서부터 시작하라" p 95 내 두 번째 브랜드 초록댄서 스튜디오는 “지금 가진 것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로 다시 시작했다. 뭘 알고 선택한 건 아니고 비우면서 쫓기다 보니 지. 금. 할. 수. 있. 는... 교토 여행, 흔들린 시간 세 번째 교토여행 세 번째 교토다. 도쿄와 오사카, 후쿠오카와 오키나와를 합치면 우리 제주만큼 자주 들르는 일본. 이곳 특유의 디테일에 감동하게 되고, 입맛의 음식을 가볍게 두루두루 맛볼 수 있으니 여행지로는 정말 취향의 나라다. 극진한 정성이 시스템이 된 나라 이곳 이자카야에서는 저마다 개성의 규칙과 배려를 알아채는 일이 즐겁다. 따뜻한 물수건을 건네는 수고로움이나, 주문이 한참 밀려있지 싶어도 나를 위한 생오이와 생가지를 그 자리에서 썰어 묻혀주고 구워주는 '정직한 태도'에 늘 감동한다. 허름해 보여도 깔끔한 온기가 더해진 화장실 문화는 이곳으로 날 이끄는 결정적인 힘이다. 극진한 정성이 시스템이 된 나라에서 나는 꽤 쾌적한 리듬 속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한편 오다가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웃음기 없는.. 2024년 44살 되고 27살 산다 (-17) 올해 44살이 된다. 작년 나라에서 발표한 중위(중간위치) 나이가 45살이란다. 30년 전에는 28살이었으니, 그 사이 평균 수명이 17년 늘어난 셈이다. 이 기준으로 나는 올해 27살. 마음의 소란과 작별하기로 나에게는 나이도 계절도 날씨도 미세먼지도 코로나도 일상을 흔드는 요소가 되지는 않는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에게 무심하게 구는 건 잘하는 편이니. 대신 마음의 소란한 말들을 따르는 오랜 습관이 있다. 마음에게 복종적인 삶이었달까. 올해는 정든 소란과 작별하기로. 27살 나는, 첫 직장을 떠나 영화사로 일자리를 옮겼는데 인생 마지막이 될 중차대한 결정이라면서 호들갑을 떨던 기억이다. 서른도 전에 마지막을 운운했다니 우습지만, 당시만 해도 20대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그런 지난 양.. 빛과 빚 울 아빠가 여든 살이 된다. 엄빠 집에 들러 모시고 약속 장소로 향하기로 한 날이다. 엄빠는 이미 코트까지 걸치고 섰는데 약속 2시간 30분 전이다. 엄마, 지금 출발하면 일러. 조금 천천히 나서자. 그래 알았어. 아침은 먹었니? 순식간에 된장국과 두 종류의 폭 익은 김치와 콩자반과 구운 김과 양념장이 차려진다. 뭐 줄 게 없네. 엄마 충분해. 진짜 맛있어. 엄빠는 거의 뛰어다니면서 반찬을 꺼내고 생강차를 타주고 따뜻한 물을 내주고 …. 아, 시간을 거스를 수 있구나. 과거 그대로를 경험하는 신비 체험 같다. 이만큼 고맙게 맛있게 먹지는 못했지만. 아빠 내 마음에 아빠는 60살 정도 같아. 근데 벌써 80이 되셨어요. 그러게 말이다. 아빠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80대 중에 언.. 23년 12월 매해 일기 23. 12월 31일. #1. 마흔 셋, 죽고 싶고 살고 싶은 들숨과 날숨이 교차하듯이 죽자 하다 살자 했다. 원래 좀 뻥카가 있는 편이라 말이 연극적이고 원하는 상을 태도로도 연출하는 나지만, 스스럼없고 자유한 척 하다가도 곧잘 죽음을 떠올렸다. 이 말인즉, 아무리 서툴고 엉망인 날 미워하지 않았던 내가 처음으로 안락한 자리를 내주지 않고 나와 대치한 상태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우울을 관통하다가 어쩌면 필요한 일이 아닐까 알게 되었고. 죽음을 꺼내보는 인간은 미운 나를 마주하는 고통체, 연약한 상태일텐데 싶어 그의 실재 죽음이 멀지 않게 아파서 자꾸 눈물이 난다. #2. 배움의 시작, 예슬과 고은을 만나다. 예슬은 시카고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다가 코로나로 얼결에 한국으로 돌아온 나의 바이올린 선.. 이전 1 2 3 4 5 6 ··· 6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