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통틀어 내가 배운 중에 최고는 버트 헬링거 <커플 치유>에 나오는 아래 구절이다.
문제가 계속 남아 있게 하는 방법을 아세요?
예, 문제를 자꾸 꺼내놓으면 되겠죠.
맞아요, 문제를 설명하는 게 바로 그런 겁니다. 그러면 문제가 계속 문제로 남아 있게 돼요. 당신이 방금 전에 한 게 바로 그거예요.
문제를 묘사하고 설명함으로써 문제가 지속되도록 하는 겁니다. 어떻게 해야 문제의 뇌관을 제거할 수 있을까요? 설명하기를 거부할 때 제거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설명하는 습관을 포기하는 것, 아주 중요한 한 걸음이에요.
무엇이든 설명하고 의미로 분류하길 좋아하는 나에게 '설명하는 습관을 포기하는 일'은 어려웠다. 하지만 말을 삼가고 문제를 문제로 말하지 않고 지났을 때 그 문제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는 걸 경험한 뒤로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직도 누군가를 또는 나를 문제시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 문제를 말하는 친구 앞에서 내 문제를 커다랗게 부풀려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선하다고 믿은 시절만 삼십 년이다. 숨처럼 익숙한 버릇을 버리는 데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책의 구절을 만난 뒤로는 꾸준히 노력 중이다.
모든 말을 삼가고 타인을 문제시하는 걸 멈췄다. 날 향한 비난이 내면에서 소란할 때도 그대로 마주하고 지났다. 뾰족한 설명과 선한 의미라고 해봐야 계절 지나면 틀린 소리가 될 게 뻔할 걸 이제 알지 않냐며 스스로를 설득하면서.
희한하게 문제'시'하지 않을수록 고요한 일상을 가진다.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고 상황의 원인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자책 뒤에 숨지 않고 비난 앞에 나서지 않으면서 여림과 정의로움이라는 흔한 의미를 떼어 놓을 수 있다. 그저 담담하게 다음으로 향하는 용기를 가진다.
당신 마음이 애쓰는 일이 문제가 아니라면 좋겠다. 당신 마음이 애쓰는 일이 웃음과 사랑이라면, 그것이 표정이 되고 말이 되고 삶이 될 거란 걸 믿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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