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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거야 그에게는 산다는 게 두렵거나 고생스러운 것도 아니고 저 하늘에 날아가는 멧새처럼 자유롭다. 이른 봄에는 바닷가 간척공사장을 찾아가 일하다가, 오월에 보리가 팰 무렵이면 시골마을로 들어가 보리 베기를 도우며 밥 얻어먹고, 여름에는 해수욕장이나 산간에 가서 일거리를 찾고, 늦여름부터 동해안에 가서 어선을 탄다. 속초에서부터 오징어떼를 따라 남하하다가 울산 근처까지 내려오면 가을이 깊어져 있다. 이제는 다시 농촌으로 들어가 가을추수를 거든다. 황금들판에서 들밥에 막걸리 마시고 논두렁에 누워 곤히 낮잠 한숨 때리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단다. 그리고 겨울에는 다시 도시로 돌아온다. 쪽방을 한 칸 얻고 거리 모퉁이나 버스 종점이나 동네 시장 어귀에 자리를 잡아 드럼통과 손수레 세내어 군고구마 장수로 나선다. 아니..
링거 맞는 나무 2010. 10. 광화문의 링거 맞는 나무 봄에, 서울 동남지역 대로변 가로수의 20퍼센트가 고사했다. 고사율은 예년 수준이었다. 고사한 가로수는 대부분이 작년에 묘포장에서 옮겨심은 1년차 나무들이었다. 죽은 1년차 나무들은 도심지역에 이식되기 전에 묘포장에서 4년 동안 적응훈련을 받았다. 뿌리와 가지를 반쯤 잘리고 물기 없는 땅에서 돌멩이가 많은 땅으로 옮겨가며 악지 적응훈련을 받았다. 묘포장에서는 이 나무들을 훈련목이라고 불렀다. 훈련목들은 뿌리가 뽑힌 채 햇볕을 받으며 며칠씩 버려지며 지옥훈련을 받았다. 훈련을 견디고 살아남은 나무에는 ‘수료목’이라는 인식표가 걸렸다. 수료목들은 봄에 도심에 이식되었고 1년차인 이듬해 봄에 반 정도가 죽었다. 수료목들은 매설물이 깔린 도심의 지하에 활착하지 못했다...
PIFF 기대작 '만추' 오래도록 기다린 김태용 감독의 작품 를 곧 열릴 PIFF에서 만나게 된다. 지난 경험에 비춰볼 때 기대가 큰 영화들에 대체로 실망한 터. 이번만큼은 예외가 될 거라고 이유 없이 확신한다. 영화 그 이상으로 감독을 신뢰해서가 아닐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후훗. '만추' PROGRAM NOTE _PIFF 홈페이지 남편을 살해한 후 감옥에 갔던 여자가 7년 만에 외출을 허락 받는다. 그런데 막 출발하려던 시애틀 행 버스에 한 사내가 뛰어 오른다.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한 사내는 여자에게 버스비를 빌려 간 후 자신의 손목시계를 맡긴다. 시애틀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사이에는 교감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만희 감독의 를 리메이크하고 있는 이 작품은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사람들의 러브스토리이다. 한국과 중국의..
자유의 본질 _ 리영희 2010. 9. 할머니 자기 자신에게 규율을 가하고, 그 규율이 자기 삶에 의미 있는 규율이기 때문에, 기꺼이 그것에 따름으로써 보다 승화된 삶의 모습으로 변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자유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남이 준 것으로 인해 자유의 영역이 확대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오히려 자기에게 제약과 규율을 가하는 속에서 그것이 보다 더 의미 있고 높은 정신성으로 자신을 승화시킨다는 진리를 터득했어요. '대화' 중에서
책으로 대신하는 '유럽산책' 나와는 평생 연이 닿지 않을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었다. 전화박스 사용법부터 저 식품의 정체가 무엇인지까지 도무지 친숙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국적인 곳에 가고 싶었다. 낯선 곳에서 어리둥절해하는가 하면 매료되기도 하고, 실타래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근사한 대륙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싶었다. 기차를 타고 한 시간만 가면 주민들의 말도, 음식도, 업무 시간대도 다르고, 주민들은 한 시간 전에 만났던 사람들과 너무나 다른 삶을 살면서도 묘하게도 비슷한 곳. 나는 그런 근사한 대륙의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 책으로나마 여행 중인 요즘이다. 머뭇거리지 말고 떠나자..떠나자... '빌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중에. 2006.9. Venezia
또 런던의 그 거리 2006.9 London 또 런던의 그 거리. 익숙한 듯 낯선 길 한복판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다 잊지 않은 그 번호를 꾹꾹 눌러 전화를 건다. 꿈속에서 이미 꿈이란 사실을 인지한 나는 놀란다. 어쩜...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처럼 또렷이 기억할 수 있을까. 신호음 대신 친구의 밝고 장난스런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남겨놓은 듯하다. 괜스레 맥이 빠진 느낌으로 스르르..눈을 뜬다. 연휴 때 읽으려고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국산책'을 빌려온 터. 런던의 꿈을 꾼 건 그래서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겠지. 런던은 첫사랑처럼 내게 여행에의 사랑을 움트게 한 첫 도시니까. 긴 연휴를 앞두고 예전 같음 자유로운 여행을 계획했을 텐데, 이젠 그럴 수 없다는 어떤 부질없는 미련에 아마도 꿈에서나마 훌쩍 ..
기다려 PIFF 2010.9 월요일 출근을 앞두고있지만, 벌써부터 긴 연휴가 설렌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쉬고 나면, 그 다음 주엔 부산에서의 영화 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 받아본 할머니의 사진이 제법 마음에 들어 입이 찢어졌는데.. 요즘 이래저래 가슴이 두근두근 하네. 가을 향도 날 흔들고. * PIFF 꼽은 영화들 -만추,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증명서, 떠도는 삶 , 여배우들, 하녀, 평범한 날들, 조금만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혜화.동, 시선 너머, 말라볼라아 가네 사람들, 불법, 무법자, 순회공연, 검우강호 , 쿠르드 특별전
시선이 머문 자리 2011. 5. 사흘간 머문 그곳의 정원이 꼭 이국의 풍경 같아, 와! 여기 하와이 같다!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산책을 즐겼다. 다음날 아침 잔뜩 흐린 하늘에서 곧 비가 쏟아졌다. 무심히 가는 비를 즐기는데 먼발치서 두 아주머니가 잔디를 손보는 모습이 보였다. 비가 와 발코니에 선 나, 비가 와 잔디 위에 쪼그리고 앉은 그녀들. 각자의 자리에 선 우리... 이 어색하고 미안한 마음이라니...